강태근 대전문학관장
[화요글밭]

대선이 앞당겨질 것이 예상되면서 내로라하는 대선 주자들이 앞 다투어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탄핵 정국을 지켜보면서 이번에야 말로 표를 찍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은 통한의 후회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자각한 유권자들이기에, 고민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제28대 윌슨 대통령에게 한 비서관이 찾아왔다. 그 비서관은 잠시 업무를 접어두고 기분전환을 좀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윌슨 대통령은 무언가 생각하다가 “내 상관이 허락하지 않을 걸세”라고 말했다. 비서관은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다.

“지금 상관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러자 윌슨 대통령이 대답했다. “그렇다네. 내 상관은 바로 양심일세. 양심상 업무수행에 매진할 수밖에 없기에 자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네.”

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하는 도덕적 의식'이다.

지도자의 자격은 바로 이 양심'이 첫 번째 덕목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옳은 일에는 포퓰리즘에 영합하지 않고 소신 있게 추진하는 ‘정직성’을 갖춰야 하고.

미국 국회도서관에서 오랫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상자를 공개했다.

그 상자는 아브라함 링컨이 암살당한 1865년 4월 14일 밤에 링컨 대통령의 주머니에 들어 있었던 물품을 담아 놓은 상자였다. 'A.링컨'이라고 수를 놓은 손수건 한 장, 펜을 수리할 때 사용하는 소형 나이프, 실로 묶어서 고쳐 놓은 안경집, 5달러 지폐 한 장이 든 지갑, 신문기사를 스크랩한 낡은 종이 몇 장. 이것이 링컨이 암살당하던 날 주머니 속에 넣고 있었던 물건들의 전부였다.

그 가운데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스크랩한 신문기사였다.

그 기사들은 아브라함 링컨에 관한 기사로, 그 중 하나는 아브라함 링컨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한 분’이라고 언급한 존 브라이트의 연설문이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링컨을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링컨 대통령을 반대했다.

실제 그는 미국 역사상 생전에 그처럼 논란과 시비의 표적이 된 대통령이 없을 정도였다. 링컨을 비난한 사람들의 수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행동도 거칠었다. 링컨의 외모만 보아도 기분이 나쁘다며 원숭이, 바보, 괴물, 허풍선이, 사기꾼이라고 별명을 붙일 정도였다. 남부 사람들은 자신을 뽑아준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배신자라고 분노했고, 북부 사람들은 분리주의적인 행동을 엄단하겠다는 링컨을 몹시 싫어했다. 아마도 링컨은 맹목적인 증오와 잔혹한 전쟁으로 인해 국민들이 남과 북, 또 계층끼리 분열되는 것을 걱정하는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로, 고통의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그를 칭찬한 존 브라이트의 기사들을 스크랩해 주머니에 넣고 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암살당하기 직전까지도 묵묵히 자신의 양심이 시키는 대로 정직하게 소신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미국의 '윌슨 대통령'과 '링컨 대통령' 같은 ‘양심’과 ‘정직’을 겸비한 대통령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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