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눈에 직접 주입, 수술 성공]
발현 억제해 질병 치료하는 방법
비유전성 퇴행성 질환 효과증명

▲ 캄필로박터 제주니 균에서 유래한 CjCas9은 현재 존재하는 절단 효소 중 크기가 가장 작다. 잘 알려진 SpCas9과 SaCas9에 비해 길이가 짧다(좌측). 연구진은 임상실험에 용이한 단일가닥 DNA인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에 CjCas9을 삽입하는데 성공(우측)했으며 이 방식으로 노인성 황반변성에 걸린 동물 모델의 신생혈관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IBS 제공
유전자가위를 눈에 주입해 실명을 유발하는 ‘노인성 황반변성’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이번 연구에 따라 유전자가위가 암과 유전성 희귀질환에 적합한 치료법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비유전성 퇴행성 질환에도 효과적인 것이 증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이하 IBS)는 지난 21일 김진수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과 김정훈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를 눈에 직접 주입해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자르고 교정하는 도구로 학계와 산업계에서 주목하는 기술이다. IBS 서울대병원 공동연구팀은 유전자가위가 특정 인자를 정확히 교정해 병변을 제거하는 ‘유전자 수술’ 개념을 제시했다. 유전자 가위를 생체에 적용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생체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유전자를 교정한 다음 다시 몸에 주입하는 방법과 살아있는 생체에 유전자가위를 직접 전달해 몸 안에서 교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중 체내 유전자 교정은 유전자가위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퇴행성 실명 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에 걸린 실험동물에 유전자가위를 적용해 치료 효과를 증명해냈다.

기존의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법은 눈 안에 혈관내피성장인자를 중화하는 약제를 주사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약효가 짧아 반복적인 투약을 해야 해 환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자 수술법은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 자체를 제거해 눈 전체에서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는 양을 반영구적으로 감소시키는 방법을 채용해 반복적인 투약을 하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망막에 주입해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의 과발현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고, 신생혈관의 크기가 줄어드는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유전자가위는 눈의 망막 아래 주입된 후 3일 내 유전자를 교정하고 사라져 면역 반응 등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 밖에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자가위는 혈관내피성장인자의 발현을 억제함과 동시에 기존 항체 치료제로는 조절이 불가능한 ‘저산소유도인자-1a’의 유전자도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박성욱 서울대병원 전문의는 “체외 교정에서 사용하는 유전자가위를 눈에 시도해 치료효과를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간과 근육 등 다양한 장기에도 적용할 수 있어 앞으로 다양한 전신 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IBS 단장은 “비유전성 퇴행성 질환에 병적으로 발현이 증가하는 유전자를 선택해 발현을 억제해 질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