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
[시선]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가 지나서일까 매섭게 느껴지던 칼바람에서 어느새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곧 대전의 3대 하천에는 봄의 소식을 전하려는 버들가지와 개나리, 목련이 시민들을 이끌 것이다.

3대 하천을 중심으로 자전거도로가 활성화되면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늘고 건강을 위해 자전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힐링 문화가 됐다. 대전시는 자전거 이용자가 35만명을 넘어서면서 시설공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자전거도로연장은 2011년 596.2㎞에서 2016년 754.3㎞로 연평균 4.8% 증가하고, 자전거 브랜드인 ‘타슈’도 2011년 200대를 시작으로 2016년 기준 2165대로 무려 10배 이상 증가됐다.

이렇게 자전거는 녹색교통수단, 혹은 무동력교통수단(NMV : Non Motorized Vehicles)으로 그 위상이 분명히 달라져 있다. 그동안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 하기 전에는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면, 자전거 문화가 보편화된 지금은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전시의 지난 5년간 자전거사고 발생건수가 2011년 376건에서, 2015년 579건이 발생했으며, 사망자수는 2011년 3명에서 2015년 10명으로 3배이상 증가했다. 특·광역시 중 자전거 교통사고 증가율이 다소 높은 도시로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도시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자전거사고 중 70%이상이 머리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안전헬멧의 미착용으로 더 큰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추측케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안전벨트 착용인 것처럼 왜 자전거를 타기 전 안전헬멧을 착용하지 않을까? 규제나 통제 하에서만 행동으로 나타나는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물론 도로교통법상 13세미만의 어린이의 경우 인명보호착용 의무화는 돼 있다. 자동차를 탈 때 어린이만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규제를 통한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팀은 ‘국제부상방지회의 세이프티2016’(Safety 2016)에서 헬멧을 쓰면 사고 시 사망 위험을 65%까지, 심각한 머리 부상의 위험도 69%까지 각각 감소시켰으며, 얼굴 부상도 33% 낮출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헬멧의 중요성이 증명되면서 대전시도 자동차의 생명띠와 같은 안전헬멧과 안전장비를 대대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며, 자전거 안전도시의 시작을 위해 지속적인 홍보와 계몽도 함께 추진 할 계획이다. 대전시의 이러한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타기 전 안전헬멧 착용을 습관화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문화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규정하고 있다. 즉 자전거는 차가 갖고 있는 모든 권리를 갖고 의무도 진다는 것을 뜻한다. 자동차를 타면서 안전벨트를 매듯 자전거를 탈 때 안전헬멧 착용은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의무이다. 이러한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자전거는 ‘도시 안전의 상징’라고 하는 것처럼 ‘안전한 대전’의 상징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