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경·음악 속 예쁜 부부…현실감 살린 장치에도 '판타지' 느낌

"우리 '진짜' 결혼했어요!"

결혼 8개월 차인 배우 안재현(30)과 구혜선(33)의 신혼일기를 안방에 공개한다는 건 분명히 신선한 시도였다. MBC TV의 장수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의 실사판인 셈이다. tvN '신혼일기'의 뚜껑을 열어보니 '안구커플'의 신혼기는 '우결'보다 달콤하다. 함박눈 가득 내린 강원도 인제의 외딴집에서 이들 부부가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은 '우결'보다도 훨씬 낭만적이다.

그래서 '신혼일기'는 제작진이 첫 방송 전부터 강조했던 '리얼리티'보다는 대리만족을 위한 판타지에 가깝게 느껴진다.

◇ 그림같은 풍경 속 그림같은 커플…눈도 귀도 달콤
아름다운 풍경과 잔잔한 선율의 음악, 거기에 러브스토리까지 입혀지니 부러울 게 없다. 가족의 일부처럼 등장하는 반려동물들과 집안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묵힌 음식'들도 시청자의 오감을 자극한다.

나영석 PD는 지난 1일 '신혼일기' 제작발표회에서 구혜선이 눈 풍경을 보고 싶다고 해서 강원도에 촬영장소를 마련했지만 생각처럼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지만 시청자가 보기엔 충분했다.

부부가 앞마당에 가득 쌓인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홍고추와 나뭇가지로 장식하는 모습은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시골 썰매장에서 '까르르' 웃음을 연발하며 함께 구르는 장면도 행복한 미소를 짓게 했다.

소박하지만 부부가 직접 채우는 일일 밥상, 깜깜한 시골 밤을 채우는 직접 담근 오미자주와 먹태 안주, 곶감 말이 등 먹을거리도 화면을 따뜻하게 만든다. 전통적인 성 역할이 바뀐 덕분에 남편 안재현이 더 자주 부엌에 드나드는 모습도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한다.

다재다능하기로 소문난 구혜선 덕분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피아노 선율, 잔잔한 내레이션도 눈과 귀를 행복하게 만든다. 거기에 유희열이 나선만큼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의 완성도는 달콤함의 정점을 찍었다. 그 음악 속에 나른한 표정으로 잠드는 동물 친구들도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다.

프로그램 전후에 삽입된 파스텔톤의 일러스트, 부부가 서로에게 해주는 작은 이벤트 등도 성탄 트리에 달린 작고 예쁜 장식품 같다.

하지만, 본질을 보면 감성 풍부한 구혜선의 곁에, 그녀가 뭘 해도 무조건 "예쁘다, 사랑한다" 해주는 '사랑꾼' 안재현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동화 같을 수밖에 없다.

나 PD의 영상, 음악, 편집 등 여러 장치는 그 동화를 더 예쁘고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소품 같다. 실제로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소품을 하나 만든다는 생각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 "에이, 리얼은 아니지"…낭만과 판타지의 연속
제작진은 '리얼 신혼생활'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안구커플의 신혼기가 정말 오로지 '리얼'이라면, 세상에 모든 신혼부부는 고민이 없을 것 같다.

제작발표회에서 "저게 무슨 리얼이에요? 신혼부부는 박 터지게 싸운다고요"라고 항의(?)하는 취재진에 제작진은 "싸우는 모습도 나옵니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실제로 안구커플이 싸우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대화, 또 대화, 또 대화…. 해답을 구할 때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마음이 풀리자마자 '쪽' 하고 뽀뽀를 나누는 부부의 모습은 그야말로 '교과서' 같다.

나 PD가 안구커플의 대화법이 인상 깊어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봐서 그게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일 수도 있지만, 부부싸움이 정말 저렇기만 하다면 이 세상에 이혼이란 단어는 없을 것만 같다.

두 사람의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제작진이 인제 집 한구석에 만들어줬다는 '비밀의 방',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마 진짜 신혼일기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물론 구혜선이 안재현 앞에서 거리낌 없이 방귀를 뀌는 모습이나,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서도 자기 이야기만 하는 모습은 그 중 리얼리티를 살린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현실보단 '애교' 같은 장치로 느껴졌다.

나 PD는 '신혼일기'가 결혼을 꿈꾸는 청춘들에게도, 갓 결혼한 신혼부부에게도, 그리고 함께 늙어가는 중년의 부부에게도 각각 다른 감상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다만 그 감상은 리얼리티와 공감에 기반한 것이라기보단 낭만을 잃지 않은 판타지를 보며 느낄 수 있는 대리만족에 가까운 것 같다.

어쨌든 제작진은 금요일 밤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건넸다. 결혼을 앞둔 커플에게는 환상과 설렘을, 신혼부부에게는 약간의 공감과 큰 대리만족을, 오래된 부부에게는 기억 속 미화된 추억에 대한 단꿈을.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