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文 32%→43%·안희정 21%→18%…진보·보수 양쪽 쏠림현상 심화
안철수, 호남서 11%→15% 약진…이재명도 지지율 높이며 반전 계기

'호남·집토끼' 文으로…安 'TK·산토끼' 잡았지만 경선 '비상'

호남서 文 32%→43%·안희정 21%→18%…진보·보수 양쪽 쏠림현상 심화

안철수, 호남서 11%→15% 약진…이재명도 지지율 높이며 반전 계기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야권 대선 주자들에 대한 지역별 민심이 요동치면서 경선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승부처인 호남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대세론'을 이어갔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호남 텃밭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대신 안 지사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문 전 대표를 누르고 지지율 1위를 기록, 중도·보수 공략에 뚜렷한 성과를 보이면서 전체 지지율은 지난주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당내 경선의 특성상 '산토끼'에 비유되는 중도·보수층보다는 '집토끼'로 불리는 호남이나 진보 지지층의 영향력이 더 커, 안 지사 입장에서는 경선 돌파에 비상이 걸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21∼23일 전국 유권자 1천6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2%, 안 지사의 지지율은 21%로 나타났다.

지난주보다 각각 1%포인트씩 하락한 것으로, 전체 지지율을 보면 양측 다 지지율 정체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지역별 지지도를 살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순회경선 첫 지역인 호남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주 32%에서 이번 주 43%로 급등했다. 반면 안 지사는 지난주 21%에서 이번 주 18%로 하락했다.

이는 안 지사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선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데다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중도 행보를 가속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의 대안으로 안 지사를 염두에 뒀던 호남 민심이 다시 문 전 대표에게 몰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TK 지역에서는 안 지사가 지난주 19%에서 이번주 23%로 상승, 문 전 대표(24%→19%)를 추월해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충돌을 피해왔던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최근 '선의'와 '분노'를 각각 언급하며 대치하는 모습을 보이자, 진보 지지층은 문 전 대표에게로, 중도층은 안 지사에게 결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우선 민주당내 경선 돌파가 당면 과제인 안 지사에게 판세가 다소 불리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무래도 경선 참여자 중에는 당원이나 민주당 지지자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서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60%, 안 지사의 지지율이 20%로 40%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난주 61%대 24%로 37%포인트 차이가 났던 것에 비해 다소 벌어진 셈이다.

대신 안 지사는 바른정당 지지자들로부터는 44%로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이는 지난주보다 17%포인트 상승한 지지율이다.

최근 하락세를 이어오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번주 조사에서 3%포인트 오른 8%포인트를 기록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왔다.

특히 서울(4%→6%), 경기(7%→11%) 등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의 지지율도 지난해 7%에서 올해 11%로 끌어올리며 경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전체 지지율은 지난주 9%에서 금주 8%로 정체를 보였지만, 호남 지지율이 올랐다는 점에서 고무되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지난주 호남에서 11%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번 주에는 15%까지 끌어올리며 안 지사를 3%포인트 차이로 추격했다.

호남의 경우 국민의당의 존립 기반인 만큼 안 전 대표가 호남 민심을 회복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집안 경쟁'이 끝나고 나면 여기에서 승자와 대전(大戰)을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이때 호남 민심의 선택을 받으려면 지금부터 텃밭 민심을 다지는 게 필수적이다.

다만 호남에서 안 지사의 하락한 지지율이 안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탄탄한 상황에서 안 지사와 안 전 대표가 '제로섬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된 것은 고민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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