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해킹방어대회 
‘해킹영재’ 양성 9회째 개최 
75개팀 141명 자웅 겨뤄 
올 주니어부문 신설 주목 

▲ 최근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 속에서 사이버 전문 인력의 해킹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23일 대전 유성구 자운대 육군정보통신학교에서 열린 '2017년 육군 해킹 방어대회' 주니어부에 참가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서버와 네트워크, 홈페이지 등에 대한 최신 유형의 사이버 공격을 빠르게 탐지, 조치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2009년 7·7 디도스 공격, 2011년 농협 전산망 테러, 2013년 금융·방송사 서버 테러, 2015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등 북한 소행 사이버 테러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는 청와대 사칭 해킹 메일과 정부 인사의 스마트폰 해킹 시도 등이 발생하기도 해 일각에선 “대규모 사이버테러 감행 전 사전 준비”라는 분석과 함께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이에 군이 차세대 사이버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청소년부터 군 장병까지 ‘해킹 영재’ 양성을 위한 해킹 방어대회를 개최했다.

23일 오전 육군정보통신학교에서 만난 이민준(18) 군의 정체는 ‘해커’다. 대전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트고등학교를 다니는 그는 친구와 함께 팀을 이뤄 이번 해킹 방어대회에 참가했다.

육군 해킹 방어대회에는 군의 사이버 대응능력 향상과 민간 우수인력 발굴을 위해 북한의 사이버 공격 위협이 고조되던 2009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9회째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군 장병은 물론 민간인을 포함한 75개 팀 141명이 기량을 뽐내기 위해 참가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청소년 사이버 보안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맞춰 고등학생(주니어) 부문이 신설됐다.

덕분에 이날 대회장은 군부대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 28명이 서로 웃고 장난치는 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장난스런 모습도 잠시, 대회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이내 비장함으로 바뀌었다. 한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학생들은 쉼 없이 깜빡이는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해킹 공격을 방어해내는 진지한 표정이 역력했다.

대회는 서버와 네트워크, 홈페이지 등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다는 상황을 가정해 육군본부가 직접 출제한 문제가 주어졌다. 3시간 동안 서버와 네트워크, 홈페이지 등에 대한 최신 유형의 사이버 공격을 빠르게 탐지하고 정확하게 분석해 대응 및 조치할 수 있는 능력과 팀워크가 발휘되면서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자신을 ‘화이트 해커’라고 소개하는 이민준 군은 “부대 안에서 군인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니 긴장됐지만 큰 자극으로 다가왔다”며 “대회를 통해 실력을 더욱 향상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은 앞으로 군에 입대할 경우 ‘정보보호 특기병’으로 선발되는 특혜가 주어진다.

참가자 김낙현(18) 군은 “해커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음성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군이 주최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사이버 전사로 거듭남은 물론 보안 전문가로 성장해 해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걷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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