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신용카드 사용액 줄지 않았지만 꽃집·술집·노래방 매출 크게 떨어져
법인카드 사용 5.4~11.4% 감소… 음식점·주점 종사자 3만여명 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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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투데이 DB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5개월여가 지났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는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손님 발길이 뜸해진 식당가부터 주문이 끊긴 꽃집까지 갈수록 소상공인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23일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28일 이후 3개월간 법인카드 사용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 늘었다.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9.3%가량 증가했다.

전체적인 신용카드 사용액은 줄지 않았지만, 업종별로 보면 상황은 다르다. 꽃집(화원)이나 술집, 노래방 등 서민형 자영업종은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축하난과 화환 수요가 크게 줄어 지난해 10~12월 화원 업종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전년 동기보다 11.4%나 줄었다.

친목 모임이나 접대도 축소되며 술집 등 유흥주점 법인카드 사용액도 11.2% 줄었고, 노래방 사용액도 5.4% 감소했다.

반면 밥값 '3만원' 규정 탓에 다소 저렴할 수 있는 일반음식점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1.8% 증가했다.

청탁금지법은 서민경제와 밀접한 일자리 감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사업체 종사자 수를 분석해보니 음식점과 주점업종의 경우 무려 3만 1000명이 줄었다.

이는 경기침체와 청탁금지법 시행의 영향으로 상당수 자영업자가 폐업하거나 종업원 수를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법 적용 대상자가 아니어도 선물을 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농축산품의 생산량과 가격도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올해 한우·과일·화훼 부문 등의 품목별 생산액이 최대 2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업 및 외식업 파급영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설 명절 한우와 과일 선물세트 판매율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4%와 31.0% 줄었다.

연구원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한우 연간 생산액은 2015년 대비 2286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과일은 1074억원, 화훼는 390억~438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자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제한 금액 상향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

정부는 23일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가계 생계비 부담 완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그러나 민간에서 간절히 기대했던 청탁금지법 '3·5·10 규정'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이 확인됐지만 관계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800억원의 전용 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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