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입학 시즌을 앞두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이 한창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고가 속출해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충북 단양 부근 중앙고속도로 상행선에서 금오공대 신입생들이 탄 관광버스가 5m 언덕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로 운전기사 1명이 숨지고 대학생 44명이 다쳤다. 또 이날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한 콘도에서는 OT 참가 신입생이 만취 상태에서 손가락 3개가 절단된 채로 발견됐다.

OT는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선후배 간 교류를 다지고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나름대로 안내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학과 소개나 진로 설계, 특별 강연 등 유익한 프로그램도 있다. 학습활동의 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통제를 벗어나거나 일탈 방종에 흐를 경우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각종 안전사고 및 사건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추문이 연례행사처럼 이어진다.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식 행사 이후 신입생 환영행사의 일환으로 선후배 간 우의를 다지는 경우도 있으나 선배의 군기잡기 얼차려로 신입생들이 곤혹을 치르기 일쑤다. 후배에게 억지로 술 먹이기, 폭행, 성추행도 서슴지 않는다. 그게 대대로 이어지는 전통이라며 후배들에게 악습을 강요한다. 대학생 자치라는 미명아래 신입생들을 반지성적인 어둠의 문화로 몰아간다는 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 대학의 경우 신입생 OT 때마다 평균 30~40여명의 학생이 음주사고로 고통을 겪는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심지어는 과음으로 숨지는 사고도 빈발한다. 대한보건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년간 음주로 인한 대학생 사망자 수는 22명이라고 한다. 대학생 때부터 너그러운 음주문화를 심어준다는 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대학가의 낡은 관행을 청산하고 지성의 전당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생답게 자기 본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술 없는 OT 문화가 점차 확산돼 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로 OT에 참가 중이던 대학생 10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크게 준바 있다. 이를 계기로 ‘대학생 집단연수 안전지침’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학생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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