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시선]

한 때는 나라를 먹여 살리던 굴뚝산업이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돼 동네 곳곳에 여기저기 방치된 채 밤에는 주변을 걷기도 무서운 공간이 돼 버린 공장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이러한 폐산업 시설을 새롭게 살려보자는 것이 도시재생 프로젝트이다.

지금은 국토교통부에서 주로 예산을 책정해 부산, 인천, 청주 등 여러 도시의 진행과정을 주도해 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관장해야 할 과업은 타당해 보이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국토교통부만의 단독 주도 방식으로 진행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문화관광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제 각각 따로 만들어 간다면 또 한번 불균형의 결과가 오게 될 것이고, 막대한 비용의 비효율적 낭비로 국민적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하다. 유럽은 어떤 방식이며,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치 않다. '국토교통부'나 '문화관광체육부'도 해외사례를 따라가는 방식에서 지금이라도 탈피해야만 한다. 우리 지역과 마을의 문제를 해외에서 답을 찾아서는 답이 없다.

지역은 이미 시민 스스로가 생존 방식을 찾아서 부동산을 팔고 이미 지역을 떠나고 없다. 할 수 없이 근근이 살아가는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다시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이라는 주제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제 곧 나라 곳곳에 더 큰 빈 공간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울산·포항·창원·통영·거제·부산 등 대형 조선소들의 현재 상황들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부흥기가 끝난다면 그 상황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필자가 말하는 도시 재생이 반드시 문화와 예술로만 방향을 잡으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재생이란 단어 앞에 지금이라도 현장을 모르는 학문 논리이거나, 토목적이거나 개발 논리에 빠져 금융업 관점이거나, 관료적이거나 행정적인 사고로 접근하지 말라는 뜻이다. 재생은 일종의 치유 프로젝트다. 재생이전에 재활할 수 있는 생명력과 활력이 먼저 필요하다. 우리지역에도 갑자기 쓸모없이 버려진 공간이나 방치된 공간으로 바뀐 건축물들은 대부분 버려진지 20년가량 된 것들이다. 이러한 지역이나 공간들을 먼저 발견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아마도 신도시를 개발해 아파트건설로 큰 수익을 얻으려는 건설회사들일 것이다. 아파트도 필요하고 연립주택도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의 변화로 생겨나는 지역의 공장이나 학교나 공터들을 더 이상 주택을 지어 돈벌이를 하려는 건축업자나 건설회사들의 돈벌이 대상으로 돌아가게 하지 말자. 이 곳을 '산업성장'으로 잘려나간 사과나무, 밤나무를 심고 '생태회복'을 위한 연못과 공원으로, 우리 동내 텃밭에서 일구어낸 파·고구마·양파를 들고 나와서 지역특산물을 사고파는 '농부들의 장터'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버려진 산업의 폐 공간들은 더 이상 재앙의 산물이 아니다. 공원이 되고 '솔밭공원'이 되고, '마을축제'가 열리고 '소공원 음악회'가 열리는 공간, 지역 청소년들의 건전한 '운동장'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고향의 동산'이 돼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삼아 삭막한 공간을 재생시켜 다음 세대들에게 자랑스러운 공간으로 넘겨줘야만 한다.

'시청'이나 '도청', '국토교통부'나 'LH공사'는 알아야만 한다. 지역시민들이 왜 '도시재생' 문제만 나오면 반대를 하는지, 지역 상권들은 왜 새로운 도입시설 제안을 하는 행정에 반대를 하고 있는지, 이제는 알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도 '정부'도 지역의 생태회복에 투자 할 때이다. 그것도 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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