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
[투데이포럼]

올해는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이다. 전통적으로 새해가 되면 닭이나 호랑이 그림을 집안에 붙여 불행을 막고 복을 기원했다고 한다. 닭 머리에 볏은 문(文)을 뜻하며 발은 내치기를 잘하다고 하여 무(武)를 상징한다. 적과 용감히 싸우는 모습은 용(勇)을, 자식과 무리를 불러 먹이를 함께 먹는 모습에서는 인(仁)을 찾아볼 수 있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을 알려주니 신(信) 또한 있다고 봤다. 이러한 닭의 형상과 습성들로 말미암아 우리의 조상들은 닭을 많은 덕을 가진 동물이자 길조로 여겼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닭 그림이 성행하였고 생활용품의 문양으로도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수묵화의 대가인 운보 김기창도 현대의 조형어법으로 닭 그림인 투계의 작품을 남겼는데 화면의 구도에서 닭의 위용과 날렵함을 표현한 작품이다. 운보만의 독특한 필치를 가름할 수 있는 개성 있는 그림으로 닭을 표현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거장 피카소도 닭 그림을 그렸는데, 닭의 공격적인 모습을 통해 권위를 상징하고 있다. 입체파 화가들에게서 볼 수 있는 강한 색채의 대비를 보이며 닭의 화려함을 붉은 계통의 색채로 표현하여 강렬한 에너지 또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꼬리 날개의 과장된 원의 형상은 몸의 단단하고 각진 모양과 대비되며 닭의 생동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피카소가 닭 그림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의지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고 회개를 의미하는 닭을 통해 전쟁으로 황폐화된 세상을 풍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히틀러의 독일군이 피카소의 나라인 스페인 게르니카를 폭격한 것에 대한 울분을 수탉의 그림에 담아 표현한 것으로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일침을 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그림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닭을 소재로 표현한 그림이 의도하는 바는 일맥상통한 것이 있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닭이 지니고 있는 공통점과 상징적 의미를 알 수 있는 예이기도 하다.

닭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자 밝고 총명하다는 의미의 동물로 여겨져 왔다. 하루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는 동물인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동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년이라는 해가 무색하게도 연초부터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수많은 닭들이 생매장을 당했으며 닭을 빗댄 많은 비속어까지 생각한다면 닭의 수난시대가 아닐 수 없다. 본래 닭은 그 당찬 기상으로 인해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이며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지는 대상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유익한 존재요 친근감이 있는 동물인 닭에 대해 시각을 달리할 필요성이 있다.

붉은 닭의 해 인 정유년에는 닭의 명예회복이 시급해 보인다. 그런 의미로 집집마다 닭 그림 하나씩 걸어서 닭의 명예회복을 유도하는 것은 어떨까한다. 닭의 명예회복과 함께 국제사회에 실추된 대한민국의 명예도 회복시키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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