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섭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시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정부가 전쟁청 영화위원회에 재정지원을 하면서 대본선정이나 촬영 등 제작과정에 일절 간섭을 하지 않고 자율성을 부여했는데 이것이 바로 ‘팔 닿는데 까지만 관여 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으로 확립됐고, 조세·규제·반부패·문화예술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이론으로 정착 됐다.

4억 5000만부가 팔린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대학시설, 학교 강의는 거의 출석하지 않고 커피 집에서 소설을 썼으며, 결혼생활은 얼마 못가 파탄이 났다. 직장도 없이 자식을 키우는 처지로 노숙자 직전의 가난한 사람이었다고 하버드대 졸업 축사에서 고백했다. 양육수당과 실업수당으로 버티던 그녀의 원고는 애들이 읽기에는 너무 길다는 이유로 출판사마다 퇴짜를 맞았지만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의 작가로 들어서게 한 것이 바로 스코틀랜드 신인창작금 지원제도였다.

그동안 대전의 문화예술정책은 지원은 하되 가급적 간섭은 최소화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 노력 해왔다. 그러나 사회의 틀이 바뀌고 변화속도가 가속화 되며,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 역시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져 문화예술인이나 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점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유년 올해는 역사적으로 1597년 정유재란, 1897년엔 대한제국이 탄생했고, 종교의 자유와 자본주의를 가속화 시킨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특히 우리나라의 15∼64세 생산인구가 감소로 돌아서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예측 되는 등 우리 사회는 지금 대변혁 수준의 국가 개조가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러한 리셋코리아 정신은 국가와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예술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대전시는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과 청년예술가의 발굴 및 육성, 신도심과 원도심의 균형발전을 비롯해서 공연과 창작을 위한 문화예술공간 확충과 같은 인프라 구축을 중점 시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 정책에 발맞춰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펼 것이다.

먼저 35세 이하의 청년 예술가를 찾아내 지원하는 차세대 아티스타 선발지원사업과 해외 진출 기반을 돕는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 입주작가 파견, 청년 예술인의 정주환경 조성을 위한 첫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 인디음악축전 및 청년 유니브 연극제를 개최해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 기회를 만들고 청년 가산점 제도를 도입해 만 29세 이하 예술강사 운영단체를 우대 선정하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 교육사업도 추진한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관사촌 주변 공간에서의 음악회 개최와 원도심 소극장 활성화 사업은 물론 민간 소유 건물을 임대·리모델링해 청년예술가의 창작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 예방과 예술인의 활동 공간 확보 및 청년일자리 창출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문화는 흐르는 물과 같다. 막힌 곳을 뚫어 주고, 굽은 물길은 바로 잡아 물이 원활히 흐르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정책의 팔 길이다. ‘세상을 바꾸는데 마법은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이미 세상을 바꿀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지녔습니다’라는 조앤 롤링의 말을 기억하며 올 한 해 젊은 문화예술가들이 힘차게 날고 훨훨 날아 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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