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앞에서 ‘교복비 지원’ 공개호명돼 상처
대상자들 사전 고지 못받아… “인권 무시”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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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가 저소득층 학생에게 교복구매 지원금을 공개적으로 전달해 물의를 빚고 있다. 대전 서구에 위치한 A초등학교 졸업생 4명은 지난 17일 열린 졸업식에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교복구매를 위한 지원금을 전달받았다.

이 지원금은 학교 측이 최근 한 사단법인으로부터 기탁받은 것으로 사실상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어려운 가정형편이 그대로 알려진 셈이다. 특히나 일부 학생들은 대상자라는 사전 고지도 못 받은데다 졸업식 식순에도 없이 갑작스레 진행돼 동심에 더 큰 상처를 받게 됐다. 이날 한 학생은 이름이 호명되자 당황하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거듭해서 이름이 불려진 탓에 끝내 일어나야 했다.

학생의 학부모에게조차 통보되지 않았던 일로 결국 이 학생 학부모는 졸업식이 끝난 오후 돈을 받지 않겠다며 학교 측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복지지원 등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개인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같이 공개적으로 소개한 것은 비교육적 처사로 풀이된다.

또 정작 지원대상자 학부모 전원에게 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학교 측은 사전에 “감사히 받겠다”는 내용의 학생, 학부모 멘트를 단 공식 보도자료까지 냈던 것으로 알려져 더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졸업식을 지켜본 다른 학부모들도 “배려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하며 학교 측에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한 학부모는 “학생이 부끄러워서 머뭇거리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계속해서 이름을 호명해 보는 내가 더 미안했다”며 “아무리 좋은 취지라지만 전교생이 있는데서 저소득층 학생이라는 낙인을 찍듯이 전달하는 것은 학교가 학생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학교 측은 선의의 목적에서 한 행사로 다른 의도는 없었으며 앞으로는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해명했다.

A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심의·선발해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한 것이다. 절대 창피함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희망과 더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려는 동기부여, 격려의 의미에서 졸업식날 함께 소개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상처를 준 것에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는 한 학생이라도 마음 아픈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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