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스·블루길과 같은 외래어종이 대청호를 점령하면서 토종 물고기가 씨가 마르고 있다니 대책을 서둘러야겠다. 어민소득을 높이기 위해 1970년 미국에서 식용으로 들여온 배스·블루길은 붕어·잉어 등 토종 어류를 모조리 잡아먹는 '호수의 포식자'다. 실제 대청호에서 잡은 배스나 블루길의 배를 갈라보면 붕어와 새우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대청호가 외래어종 서식지로 전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대청호에 외래어종이 얼마나 서식하고 있는지는 가름 할 수 없다. 정확하게 조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어민들의 입을 빌리면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물을 건저 올리면 배스·블루길만 한가득하다고 말한다. 식성이 좋은 이들 외래어종이 토종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토종어종의 급격한 개체 수 감소를 가져왔다. 배스·블루길은 황소개구리와 함께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돼 있다.

외래어종 퇴치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는 미진하다. 충북도는 망가진 수중 생태계를 되살리고자 매년 1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외래어종을 잡아들이고 있다. 어민들이 잡은 외래어종을 수매해 사료나 퇴비로 만들어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지난 10여 년 간 356t의 육식어종을 솎아냈다고 밝혔다. 한해 30~40t씩 수매하는데 외래어종의 번식력이 워낙 강해 밀도조절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솎아내기식 외래어종 퇴치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래어종 개체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천적을 이용하거나 산란기에 그물로 대거 포획하는 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다. 쏘가리는 배스·블루길의 천적이다. 식용으로 소비하는 방안도 있다. 외국에서는 배스·블루길이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식용보급에 실패했다. 기호에 맞는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한다면 소비는 늘어날 것이다.

옥천군이 2013년 대청호의 수중 생태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붕어, 잉어, 몰개, 치리, 꺽지 등 13종의 고유어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고유어종이 배스·블루길의 먹잇감으로 씨가 말라서야 되겠는가. 무엇보다 대청호 수중 생태계에 대한 모니터링과 실태조사가 긴요하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외래어종 퇴치작업을 체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