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칭 수천만원 챙긴 50대 구속, 여당 정치자금 관리자라 속인 범죄도
기업간부 사칭까지… 거짓말 날로 진화, 확인 어려운 점 악용한 사기범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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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기관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 등을 사칭해 금품을 뜯어내는 거짓말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이런 사기 행각에 주로 등장하는 주인공이 바로 국가정보원 비밀요원 등이다.

20일 대전경찰과 대전지법 등에 따르면 최근 국정원 대전지부장을 사칭해 지인에게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황모(50) 씨가 구속됐다.

황 씨는 2013년 11월경 10년 전부터 알고지낸 지인 2명에게 “그동안 국정원 직원 신분을 숨기려고 건축업을 했다. 나를 도와주면 각종 특혜를 주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황 씨 말과는 달리 실제 그의 직업은 일용직 건설 노동자였다. 황 씨의 ‘감언이설’에 속은 지인 2명은 결국 황 씨가 요구할 때마다 돈을 주거나 빌려줬고 이렇게 뜯어간 돈이 1년 6개월간 무려 49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형사 6단독 조현호 부장판사는 국정원 비밀요원이라고 속여 4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이모(36)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2015년 3월 28일 대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에게 “높은 직급의 국정원 블랙(비밀)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한 뒤 10개월간 동거했다. 이 씨의 근거 없는 ‘허세’는 끝이 없었다. 이 씨는 “자신이 현재 중소기업 회장이며, 청와대 비서실장이 작은아버지”라고 말하는가 하면, 1억원 상당 상품권을 동거녀에게 맡겨 사회적 지위나 재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 상품권은 발행업체가 폐업해 사용할 수 없는 휴짓조각이었다.

이 씨는 동거녀가 자신을 믿기 시작하자, “공사 대금을 빌려주면 모두 갚고 건물 1층에 명품 샵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동거녀 명의 카드를 받아냈다.

이 씨는 또 같은 해 5월 회사 직원 급여 명목으로 400만원을 송금 받는 등 10개월간 모두 95차례 2억 6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 씨는 2014년 6월에도 “여당의 정치자금도 관리했다. 법인 인수과정에 투자하면 법인 이사로 올려 법인카드와 차량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4명으로부터 1억 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범들은 자신을 믿도록 하기 위해 가짜 명함을 만들어 건네거나 고위 공직자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행세한다”며 “화려한 언변에 탁월한 연기력까지 갖춘 데다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정보기관을 사칭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어 속기 쉽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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