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블루길만 득실 … 토종 씨말라
충북도 10년째 퇴치작업 효과없어
“식용 소비 방안 등 연구해야”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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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투데이 DB
대청호가 외래어종 서식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외래 어종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심각한 생태계 교란까지 우려된다. 

옥천군 군북면 대청호에서 30여년째 물고기를 잡는 손모(70) 씨는 요즘 생업을 접을까 고민 중이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 힘들여 그물을 건져 올려보지만, 값나가는 붕어·잉어 대신 외래어종인 배스·블루길만 한가득 걸려 나오기 때문이다.

식성이 좋은 외래 어종이 호수에 유입하면서 토종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섭식해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진 탓이다.

애초 식용으로 국내에 들여온 큰입배스 산란기는 토종 물고기의 산란기인 5월보다 한 달 정도 빨라 뒤늦게 산란한 토종 물고기의 알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씨를 말리고 있다. 손 씨는 "배스·블루길이 호수를 점령하면서 토종 물고기의 씨가 말랐다"며 "덩치 큰 배스의 배를 갈라보면 붕어나 새우가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청호에 이들 어종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는 정확하게 조사된 바 없다.

충북도는 망가진 수중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10여년째 배스·블루길 퇴치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마다 1억 5000만원을 들여 어민한테서 이들 어종을 사들인 뒤 사료나 퇴비로 만들어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이런 형태의 수매를 통해 356t의 육식어종을 솎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민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외래어종 개체수가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천적을 이용해 외래 어종 개체 수를 줄이거나, 산란기에 맞춰 그물로 대거 포획하는 방법 등도 병행해야 한다"며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여러 각도의 외래 어종 포획 대책을 강구하고 외래 어종 방생 행위 근절 캠페인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솎아내기식 퇴치사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식용으로 소비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외국에서는 배스나 블루길을 구이로 요리해 먹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매운탕이나 조림, 회무침 등의 요리법이 개발됐지만, 보급에는 실패했다.

대청호 인근서 매운탕집을 운영하는 이모(67·여) 씨는 "배스 회는 쏘가리와 식감이 비슷하고 블루길은 조림으로 만들 수 있지만, 비린내와 흙냄새가 난다"며 "무엇보다 외래어종에 대한 거부감이 식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강유역환경청은 대청호 등의 외래어종 퇴치를 위한 중장기 대책수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환경청 관계자는 "대청호는 유역면적이 워낙 넓어 외래어종 실태조사에만 3년 넘게 소요된다"며 "올해 모니터링에 착수한 뒤 중장기 대책을 세워 보다 체계적인 퇴치사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옥천=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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