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그림 삽입 이후 클리닉 등록·금연상담 2배이상 급증
일각 ‘반짝 효과’ 우려속 흡연 선제차단 장기정책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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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즐겨 피우던 담배에 언제부턴가 끔찍한 사진이 붙게되니 문득 이런 혐오스러운 것을 사는 제 자신이 한심해 보여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14년째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워온 직장인 정모(36) 씨가 한 순간에 담배를 끊기로 결심한 계기는 바로 ‘담뱃갑 경고 그림’ 때문이다. 목에 구멍이 뚫린 암 환자, 피부 노화로 일그러진 얼굴 등 경고 그림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정 씨 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경고 그림이 인쇄된 담뱃갑을 직접 본 정 씨의 직장 동료들도 “끔찍하다, 보기 역겹다”는 이유로 하나둘씩 금연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흡연으로 인한 끔찍한 결과를 섬뜩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알리는 경고 그림이 그려진 담배 제품이 시중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금연 열풍이 불고있다.

일각에선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이번 경고 그림 삽입이 담뱃값 인상 때와 마찬가지로 ‘반짝 효과’에만 그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뒤따르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 금연 클리닉 등록자 수는 모두 5만 1450명으로 지난해 12월 2만 6320명과 비교해 2배가량 늘었다. 이는 새해를 맞아 어김없이 금연 열풍이 불어왔던 과거의 양상과 비교하더라도 지난해 1월 4만 7243명보다 9% 많은 수치다. 보건소의 금연 상담 전화를 찾는 경우도 큰 폭으로 늘었다. 담뱃갑 경고 그림이 시중에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한 2월 들어 금연 상담 전화는 예년과 비교해 평균 2배 이상 급증했다. 새해가 지나면서 다소 주춤해야 할 금연 열풍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유는 최근에서야 시중에 풀리기 시작한 담뱃갑 경고 그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지역 5개 보건소에 금연 상담 전화를 건 상담자 전체의 80% 이상이 금연 계기에 대해 ‘담뱃갑 경고 그림이 혐오스럽기 때문’이라고 답할 만큼 경고 그림이 특효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보건소 금연 상담사는 “금연 상담 수요가 일평균 30명을 꾸준히 유지할 정도로 예년과 비교했을 때 금연 열풍이 줄지 않는 상황”이라며 “경고 그림이 흡연자들의 흡연 욕구에 반향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거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경고 그림 역시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경고 그림을 가리기 위한 ‘담배 케이스’의 판매량 증가가 이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흡연자를 대상으로만 규제하는 금연 정책보다는 흡연 가능성을 선제 차단하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 담배 판매 금지 등 청소년의 담배 노출 빈도를 차단하는 규제나 금연 의무교육 확대 등 새로운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동반돼야 흡연율 감소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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