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질서 흐리는 블랙컨슈머 행태
멀쩡한 굴 ‘노로바이러스’로 신고
절반이상 먹은 수박 “맛없다” 항의
이달 ‘사회적 약자 보호대책’ 확정

청주시 A 유통매장에서 수산코너를 운영하는 김모(30) 씨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봉지굴을 구입한 고객이 ‘굴을 먹고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치료비와 보상금을 요구한 것이다.

김 씨는 사진을 토대로 전문가로부터 알러지 반응임을 확인 받고 고객을 만나 설명했다. 하지만 고객은 또 다시 유통매장 담당자와 시청에 전화를 걸어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주장했다. 행정관청에서도 수산코너에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나갈 수밖에 없으니 원만히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결국 명절 대목을 앞두고 위생점검 및 관청의 현장지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 고객에게 치료비와 보상금 명목으로 50만원을 쥐어주고 민원을 해결했다. 대목장사에 어쩔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식품매장에는 절반 이상 먹은 음식을 반품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특히 여름철엔 절반이상 먹은 수박을 가지고 와 ‘맛이 없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한 남성 고객은 ‘임신부 아내가 음식을 먹고 탈이 났다’고 억지를 피워 돈을 요구하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 확인결과, 남성 고객은 미혼이었다.

구매한 상품의 하자를 문제 삼아 기업 등을 상대로 과도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거나, 고의적 또는 상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블랙 컨슈머'라 한다. 블랙 컨슈머는 고객 대우 형평성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감정 노동자들의 정신적·육체적 피해, 그리고 조직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사회적 약자 보호 관계장관회의가 열려 이른바 ‘갑질 근절대책’으로 불리는 사회적 약자 보호대책을 확정했다. 마트나 백화점 등 사업장마다 ‘고객응대 업무매뉴얼’이 마련돼 폭언·폭행을 일삼는 블랙컨슈머를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경찰에 알려 신속히 제압할 수 있다. 백화점 등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규정을 마련해 폭언·폭행을 당한 백화점 점원이 신청하면 다른 사업장으로의 업무전환 등도 가능해진다.

권모 변호사(45)는 “블랙컨슈머 활동을 일삼는 자들은 스스로 ‘범죄행위’임을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 사기죄,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악덕 소비자 근절을 위해 블랙컨슈머 의심 시 대화 녹음 등을 통해 증거를 확실히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청주=이정훈 기자 vince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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