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공효진 주연의 감성 드라마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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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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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웃음, 꿈. 소중한 것들은 항상 잃은 뒤에야 그 가치를 알게 된다.

영화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다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뒤늦게 슬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증권사 지점장으로 승승장구하던 강재훈(이병헌)은 갑자기 터진 부실채권 사건으로 한순간에 전 재산과 직장, 주변의 신뢰를 잃고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2년 전 호주로 조기 유학을 보낸 아들과 아내가 떠올라 시드니행 비행기 표를 끊는다.

그는 호주에 도착해 아내의 집을 찾아가지만, 차마 문을 두드릴 수가 없다. 아내가 이웃집 호주 남자와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짓는 모습을 창문 밖에서 목격한 것이다.

재훈은 그때부터 아내와 아들의 주변을 맴돌며 그들의 일상을 먼발치서 지켜본다. 이들의 삶은 행복하고 평온하기만 하다. 재훈의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재훈은 그제야 "모든 것을 후회한다"며 읊조린다. 영화는 인생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가끔은 쉼표를 찍고 내 삶과 주변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너무 좋은 거래에는 항상 거짓이 있죠. 나도 내가 하는 일을 의심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결국 그 거래 덕분에 내 재산도 고객도 모두 잃고, 친구도 가족도 잃어버린 것 같고…나 자신까지도 잃어버리고…다 뺏기고 이용만 당하고 살면서 왜 그렇게 우아한 척하면서 살았는지,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아요." 재훈의 뒤늦은 후회다.

'싱글라이더'는 최근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폭력과 욕설이 전혀 없는 담백한 감성 드라마다.

'내부자들', '마스터'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이병헌이 모처럼 섬세한 감정연기를 펼쳤다. 대사보다는 눈빛과 표정으로 말하지만, 쓸쓸함과 아릿함은 더욱 크게 전해진다.

이병헌은 17일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쓸쓸하고, 가슴이 텅 빈 것 같은 허무함을 느꼈다"면서 "오랫동안 가슴과 기억에 남아 운명처럼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재훈의 감정선에 온전히 의지한다.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가기 위해 이야기는 느리게 전개되며 화려한 기교나 기법은 나오지 않는다.다. 막판으로 갈수록 호흡이 다소 부친 듯 느껴질 때 영화는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을 끼우며 뜻밖의 반전을 보여준다. 반전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영화 전체를 떠올리며 되새김질하게 한다.

개성파 배우 공효진이 재훈의 아내 수진역을 맡아 생활 연기를 펼쳤다. 안소희는 호주 농장에서 일하며 번 돈을 모두 사기당한 뒤 재훈의 도움을 요청하는 진아로 출연한다. 진아는 영화 속 히든캐릭터다.

제목 싱글라이더는 일인 탑승객, 즉 홀로 떠난 여행객을 의미한다. 영화의 대부분을 호주에서 촬영했으며 하버 브리지, 오페라 하우스, 본다이 비치, 그레이트 오션 등 랜드마크가 등장한다.

워너브러더스가 '밀정'에 이어 두 번째로 배급하는 한국영화로, 신예 여성 감독 이주영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2월 22일 개봉.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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