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연중 기획] 사람 속으로
1979년 스무살에 공직생활 입문
현장 다니며 남다른 사명감 생겨
농민 대변·농업발전 힘쓸것 다짐
사무실서 만나기 힘든 1순위 꼽혀
청원생명 브랜드 탄생 가장 보람
청주 소 사육두수 7만마리 달해방어체계 구축 … 하루하루가 전쟁
“현장서 섭력하려는 의지 보여야”

▲ 김응길 청주시 농정국장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만나기 힘든 국장으로 꼽힐 정도로 매일 현장을 뛰어다니기로 유명하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출범 3년차를 맞은 통합 청주시는 그동안 농업분야에서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을 이뤘다.

옛 청주·청원 농업예산은 900여억 원에서 올해 1182억 원대로 35% 가량 늘었으며 ‘청원생명’ 브랜드의 전국적인 인지도 향상 등으로 이제는 어엿한 ‘친환경 생명농업 1번지’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청주시 농업정책이 빛나는 성장세를 이끈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김응길(58) 청주시 농업정책국장이다.

김 국장은 1979년 성년의 길목에 접어들던 스무살에 농촌지도직으로 공직생활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탈피하기 위한 도피처로 생각했지만 지도직으로 근무하는 7년간 농업 현장을 다니며 남다른 사명감이 생겼다. 지역 농민을 대변하고 농업발전에 힘쓰는 ‘현장 공무원’이 되겠다는 다짐이 생긴 것이다. 현재도 김 국장은 사무실에서 만나기 힘든 공무원 1순위로 꼽힐 정도다.

공직생활 38년째를 맞는 김 국장은 가장 보람찬 일로 청원생명 브랜드를 탄생시킨 것을 꼽는다. 김 국장은 청원생명 브렌드에 대해선 개인적 의미가 남다르다. 말로만 농업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2003년 직원들과 함께 대전 특허청을 방문해 직접 상표 등록을 마쳤습니다. 그 보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컸습니다.”

현재는 다수의 상품이 존재하지만 초기에는 쌀·애호박 등 5개 품목으로 한정 지었다. 기준 자체가 엄격해 농민들의 열정을 이끌어 내야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 국장의 이 같은 소신은 최근 불거진 구제역 사태에 대한 촘촘한 청주시 방어체계 구축에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5일 올들어 전국 최초로 보은군에서 구제역이 터지자, 즉각 방역초소를 설치하라고 지시한 뒤 직접 현장으로 달려갔다. 청주는 보은과 경계를 접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충북 최대 규모의 소 사육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 사육두수는 1725개 농가, 7만 772마리에 달한다. 구제역으로 곤욕을 치르는 보은(850개 농가 2만 9471마리)보다 외려 2.4배 많은 규모다. 보은의 한우 농가에 집중된 구제역이 청주로 번진다면 말 그대로 '가축 재앙'이 터지는 것이다. 게다가 보은의 첫 발생농가에서 청주까지의 거리는 18㎞에 불과하다.

김 국장이 청주지역 방어를 위해 예찰활동에 한 눈을 팔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주로 진입하는 길목에 거점소독소를 마련하고, 축산차량이 이동을 점검·통제하는 통제초소도 설치했다. 물론, 소의 항체 형성률을 높이기 위해 구제역 백신 접종도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구제역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농업행정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예측행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아직까지 청주지역이 구제역 청정지대로 남아있는 것도 제가 뛰어나거나 잘해서가 아닙니다. 평소 업무보고나 간부회의 때마다 이승훈 시장께서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것을 수첩에 별도로 컨닝한 덕분입니다.(웃음).”

김 국장은 올해 또 다른 쾌주에 나섰다.

청주시가 전국 제1의 친환경 생명농업의 중심에 자리한 만큼 도시근교농업과 소비자 관광, 체험, 교육 등 참여형 농업 활성화를 위해서다. 쌀값이 하락하는 등 농업인들이 농산물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해 농산물의 출하 시기를 조정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친환경 로컬푸드 운동과 같은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활성화 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진정한 마음으로 농민을 위한다면 평상 시 업무에 임할 때 현장에서 몸소 섭력(涉歷)하려는 의지를 보이라고 강조한다.

“농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임에는 틀림없다. 이 중요성을 농업직 후배들이 가슴 속에 잘 새겼으면 한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본분에 맞게 전념했는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농업인은 물론 시민들께서도 시정에 대해 믿음으로 응원을 보낼 것이다. 그래야 농업과 농촌, 농업인도 홀대 받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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