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잠잠 … 선별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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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과 관련해 1000여 마리 가까이 살처분한 보은에서 추가 구제역이 사흘째 나오지 않으면서 충북도가 향후 살처분 범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7일까지 긴급 백신 접종을 마친 보은 지역 우제류에 어느 정도 항체가 형성됐을 기점인데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주변 소까지 무조건 살처분한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은에서는 지난 5일 첫 구제역 이후 8일만에 모두 7건이 발생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기본 3㎞ 방역대 내에 머물고 있다. 충북도로서는 더 이상의 확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인 셈이다. 충북도가 살처분 범위를 놓고 고민에 빠진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구제역 방역실시요령'에서는 구제역 최초 발생농장은 사육 가축을 모두 살처분하지만, 추가 발생농장은 검사결과 양성이 나오거나 임상 증상을 보이는 가축만 살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구제역이 터지자 충북도 역시 이 요령을 따랐다. 지난 5일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첫 구제역이 터지자 이 농장의 소 195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이 농장의 반경 500m 내에 있는 소 사육농장의 항체 형성률 검사결과 40% 이하로 나온 4개 농장의 소 183마리를 예방적 살처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흘 뒤 첫 농가와 1.3㎞ 떨어진 탄부면 구암리 한우농장에서 2번째 구제역이 터졌다. 두번째 발생 농가이지만 충북도는 해당 농장주가 운영하는 다른 2개 농장까지 포함, 3개 농장의 소 374마리를 모두 매몰했다. 충북도는 지난 11일 마로면 송현리 한우농장에서 3번째 구제역이 추가 발생하자 이때부터 방역실시 요령을 적용, 이 농장의 소 68마리 중 증상이 나타난 소 6마리만 살처분 조처했다. 지난 12일 4번째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탄부면 상장리 한우농장도 전체 171마리 중 발생 소 3마리만 살처분했다.

그런데 다음 날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루 동안 송현리 1곳, 구암리 2곳 등 3곳의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적극적인 살처분에 나서지 않은 게 확산의 화근이 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상황이었다.

결국 충북도는 하루 만에 기조를 바꿔 항체 형성률이 높은 추가 이상징후가 없는 4번째 확진 농장을 제외한 3번째, 5∼7번째 확진 농장의 소 212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그러나 이런 기조를 계속 몰고 가는것도 고민이다. 긴급 백신 접종을 마친 우제류(소·돼지·양·염소·사슴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어느 정도 항체가 형성됐을 기점인데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주변 소까지 무조건 살처분한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

보은=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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