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탄부면 10곳 975마리 살처분
“너무 끔찍 … 다시는 보고싶지않아”
농민·방역 담당 공무원 고통 호소

보은군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농민과 방역 담당 공무원들이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민·관·군이 동원돼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는 방역작전을 펼치고, 감염 농장 소에 대한 살처분과 매몰이 이어지면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보은군 마로면 젖소농장에서 올들어 국내 최초로 발생한 구제역은 불과 8일 만에 주변 농장 6곳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마로·탄부면의 농장 10곳에서 구제역에 걸렸거나 감염이 우려되는 소 975마리가 살처분됐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소독소 6곳과 통제초소 4곳이 설치됐고, 군부대 제독차량까지 동원돼 총력 소독전이 펼쳐지고 있다. 매일 공무원·군인·주민 130여명과 방역장비 18대가 현장에 투입된다.

방역을 진두지휘하는 곳은 보은군 농축산과로 발생농장 관리에서부터 방역계획 수립, 인력·장비 운용, 임상관찰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 중에도 최일선을 담당하는 가축방역계 직원 4명은 열흘 동안 퇴근은커녕 집밥조차 구경하지 못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북도 등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축산위생연구소와 검사정보를 주고받다 보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이들은 살처분·매몰현장에도 직접 투입되고 방역 매뉴얼에 따라 한 번 들어가면 며칠씩 농장 안에 발이 묶이기도 한다.

신중수 보은군 가축방역계장은 "아침마다 농식품부에서 주관하는 영상회의와 자체 방역회의를 하고, 소독소·통제초소를 오가다 보면 식사마저 거를 때가 많다"며 "체력적으로 한계에 왔지만, 구제역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무서운 전염병이지만, 살아 있는 소를 죽여서 땅에 묻는 살처분 현장을 감독하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다.

한 직원은 "덩치 큰 소가 죽어 나가는 장면을 보고 난 뒤로 꿈자리가 뒤숭숭해졌다"며 "너무 끔찍했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는 장면"이라고 악몽 같았던 순간을 회고했다.

자식 같은 소를 지키기 위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농민들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방역대 안에서 300여마리의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이모(52) 씨는 "혹시 이상증세를 보이는 소가 나올까 봐 한순간도 축사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며 "작은 기침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피 말리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9일 탄부면에서는 방역당국의 혈청채취를 돕던 한 농업인이 소의 발길질에 차여 얼굴을 10여 바늘 꿰매는 중상을 입은 사고가 났다.

그는 "농민들이 극도의 긴장 속에서 지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다"며 "구제역이 장기화할 경우 소보다도 사람 잡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구제역 발생농장은 방역당국에 의해 모두 폐쇄됐다. 농장주와 가족들도 농장 안에 갇혀있는 상태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뒤 처음으로 삼일째 추가 의심사례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구제역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일제 접종한 백신이 효과를 내는 앞으로 2∼3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차단방역에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이경태 보은군 부군수는 "이번 주만 지나면 구제역이 크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주말까지 인력·장비를 총동원해 융단폭격식 소독전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옥천=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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