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2부장
[데스크칼럼]

싱글이다. 매년 이맘때면 마음을 졸인다. 연말정산 때문이다. 부양가족이 없어 인적공제가 안 되니 주변에 비해 내는 세금이 많다. 소위 ‘싱글세’다. 얼마나 세금을 내게 될지 노심초사다.

세금을 많이 낸다고 생각하니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해진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금연을 계속 시도 중이다. 건강 문제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보기 위한 소심한 ‘조세저항운동’의 일환이기도 하다. 보건소의 도움을 받고 있다. 내가 낸 세금으로 금연보조제 등을 지원받고 있으니 나름 위로가 된다. 하지만 또래가 지원받는 보육·육아 수당 규모를 듣자면 ‘싱글세’ 납부자로서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기는 기업 역시 마찬가지인가 보다.

한 기업 소속 직원이 물었다. “기업이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다. 기자 역시 궁금해졌다.

청주시에 물었더니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업이 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소득세는 자체수입으로 잡혀 특별한 목적이 아닌 시정 전반에 사용된다. 예를 들면 큰 항아리에 부어진 물이 식수로 쓰였는지, 설겆이용 또는 청소용으로 쓰였는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세금의 특성상 목적세가 아닌 경우 용도를 특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공무원적 사고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어느 곳에 썼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게 된다.

지난해 예산안을 가결산한 결과, 청주시의 수입은 2조 4326여억원이다. 국비, 교부세, 지방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이 낸 법인분지방소득세는 1165억원이다. 적지 않은 분량이다.

좋든 싫든 세금은 누구나 내야 한다.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는 고귀한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납부한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싶은 것은 또 납세자라면 기본적으로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청주시는 ‘일등경제 으뜸청주’를 지향하고 있다. 의무이긴 하지만 기업이 낸 세금에 대해 자긍심을 키워주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청주시가 건립 중인 서원노인종합복지관은 97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서원노인종합복지관의 현판에 ‘어느 기업이 낸 세금으로 건립된 복지관’이라는 표시를 해 주거나, ‘OO서원노인종합복지관’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좋다. 복지관 뿐아니다. 체육관, 공원 등의 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여 줄 수도 있다.

기부금도 아니고 기업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으로 생색을 내게 해준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충북도가 청주테크노폴리스와 오창테크노폴리스를 연결하는 도로를 ‘LG로(路)’로 명명한 예도 있다. 그 기업의 종사자들은 해당 시설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도 커질 것이다. 아마도 직원들 중에는 자신들이 다니는 기업의 이름이 붙은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제의 근간은 기업이다. 기업활동이 활발해야 국가와 사회가 유지되고 복지도 실현될 수 있다. 의무라고만 밀어붙이지는 말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