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주시 전기자동차 보조금 신청접수 현장을 가다

2000만원대 구입 기회 ‘입소문’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기회 잡으려 청사에서 밤샘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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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자정 청주시청 환경정책과 사무실 앞에 많은 시민들이 전기차 보조금 신청을 위해 줄을 서고 대기 하고 있는 모습.
“올해 전기차 지원금 2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데 이 정도 추위는 감수해야죠.”

찬바람이 부는 14일 오후 10시. 청주시청 출입구 앞에는 20여명 가량의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올해 시가 추진하는 전기자동차 보조금 신청을 위해 접수(15일) 하루 전부터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이다.

줄을 선 시민들은 대부분 밤샘 준비를 위해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침낭과 돗자리까지 준비해 왔다. 올해 전기차 민간보급 사업이 예년에 비해 보조금액이 크게 확대됐고, 환경분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향상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기자동차 신청자들은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시청 출입구, 대회의실을 거쳐 환경정책과 사무실 앞에서 순번을 기다리며 밤을 지샜다.

오후 4시 가장 먼저 도착한 박승원(32·용정동) 씨는 “세종시 전기차보급의 경우 10분 안쪽으로 마감이 끝났다고 들었다”며 “기존에 운행하던 휘발유 차량이 낡아 이참에 전기자동차로 바꾸려고 서둘러 시청으로 왔다”고 말했다.

대기자들은 저마다 평균 4000만원 가량의 전기차를 2000만원 내외로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딸과 함께 나온 이승은(33·청원구 내수읍) 씨는 “환경부에서 직접적으로 시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니 더 안심이 된다”며 “이번 전기자동차 구매 기회를 놓치면 1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마음을 굳게 먹고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기자동차 보조금 신청 정원은 30명이다. 하지만 이날 정오까지 27명의 참가자가 줄을 섰고 날이 밝은 15일 오후 3시까지 69명이 보조금 신청을 접수했다. 혹시 모를 중도 포기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지역 미세먼지 해결방안으로 전기자동차 민간보급 사업의 확대·시행을 결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 달 25일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 신청 접수를 위해 시 홈페이지를 통해 ‘2017년도 전기자동차(EV) 민간보급사업 공고’를 냈다.

지난해 7대 보급에서 올해는 30대로 크게 확대했고 전기차 1대당 보조금을 대폭 늘렸다. 보조금 초과비용은 자부담이지만 시·도 지원금 1000만원과 국비 1400만원 등 총 2400만원이 지원된다. 이 금액은 울릉도(2600만원)에 이어 전국 2위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6월 이전 주소지 △차종 변경 불가능 △2년내 소유권 이전 금지 △선착순 선발 등 다소 폭넓은 선발 기준이 때아닌 전기차 열풍을 만들었다.

점차 확대 추세에 있는 충전소 인프라도 이 같은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시는 현재 지역 내 충전소 6곳(도청, 차량등록사업소, 한전, 수곡·우암, 오송역 등)을 환경부와 협의해 앞으로 13~14곳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변충섭 주무관은 “지난해에 비해 보조금이 상향됨으로써 전기자동차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더 커진 것 같다”며 “시민들의 큰 관심 만큼 대상자도 공정하게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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