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13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 동남아 등 해외에서 떠돌이 생활을 해온 김정남은 현지에서 여성 2명으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고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 그의 죽음은 이복동생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숙청·공포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분석이 유력하다. '백두혈통'인 김정남을 제거하려면 김정은의 승인 지시가 없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남은 '비운의 황태자'로 불린다. 어릴 때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았지만 북한 내 권력투쟁에서 이복동생인 3남 김정은 위원장에게 밀린 후 '김정남 제거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2012년에도 김정남 암살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동남아를 이리저리 전전하다가 비극적인 종말을 맞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북한 통치체제의 한 단면을 본다.

김정남이 위태롭다는 첫 신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에서 읽을 수 있다. 3대 세습정권을 이어받은 김정은은 어린 시절부터 김정남을 챙겨온 고모부 장성택을 먼저 제거했다. 김정은 체제유지를 위한 공포정치는 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원홍 국가보위상을 축출했다. 북한 내부 동향이 심상치 않다. 권력 암투설이 끊임없이 나돈다. 친중파로 분류된 김정남을 제거함으로써 중국에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 북한 소행설은 어떤 연유에서건 북한에게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잖아도 고체 연료와 이동식 발사대가 적용된 북한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로 한반도에 먹구름이 잔뜩 끼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강경 대북정책을 선언하면서 예방적 타격론까지 거듭 힘을 얻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정공백 상태인 지금 엉거주춤 할 때가 아니다. 북한의 호전적인 도발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의 움직임에 맞서 차분하고도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고위 탈북자에 대한 신변 보호 장치도 강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북한 인권 개선은 물론 김정은에 대한 국제사법 처리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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