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지자체 위원회 남발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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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 전경. 네이버 지도 캡처
행정기관이 운영·지원하는 ‘위원회’란 특정 사무에 관해 자문이 필요한 경우 조정·협의·심의 또는 의결을 하기 위한 복수의 구성원들로 이뤄진 합의제 기관이다.

위원회는 각 행정기관의 실·과·소가 운영·관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 법령에 근거해 함부로 해산할 수도 설치할 수도 없게 돼 있다. 이는 장기간 안건이 없어 회의를 열지 않더라도 설치돼 있어야 하고 누군가는 무조건 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부작용이 난무하는 각종 위원회는 법령의 근거 아래 여전히 무의미하게 존속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정작 위원 본인이 그 위원회에 위촉돼 있는지도 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위원회의 실질적인 담당은 각 실·과에 있다보니 전체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정비하는 ‘총괄부서’의 경우 각 위원회가 개별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법의 굴레 안에 무분별하게 운영되고 있는 각종 위원회의 허와 실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上.무분별한 ‘유명무실’ 위원회
중복된 업무… 회의실적 없고
위원본인 위촉사실 모르기도

대전시와 5개 구가 운영하거나 관리하는 위원회는 총 500개가 넘는다. 14일 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설치·운영 중인 위원회는 총 541개(시 132개, 서구 93개, 유성구 89개, 중구 84개, 대덕구 78개, 동구 65개)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위원회에 속해 활동한 위원들의 회의 수당으로 책정된 예산은 11억원이 넘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명칭만 봤을때 어떤 기능을 하는 위원회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위원회도 다수다. 명칭이 ‘심의위원회’, ‘심판위원회’, ‘평가위원회’, ‘개혁위원회’, ‘심의회’, ‘협의체’, ‘협의회’ 등을 총 망라해 사용되며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각 자치구 보건소가 운영 중인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정신보건심판위원회’, ‘보건의료심의위원회’는 역할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명칭이 유사하지만 각각 분리돼 있고 업무를 맡는 담당자도 다르다.

행정자치부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을 보면 명칭은 위원회, 심의회, 협의회 등을 불문한다고 규정해 정부 법령 조차 이를 구분하지 않았다. 또 안건이 없다는 이유로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위원회도 부지기수다. 건축, 도시계획 등 전문적인 지식과 신중한 절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설치해야 하지만 기존 업무와 중복되고 지속성이 없는 위원회도 남발되는 실정이다. 2015년 야심차게 출범한 대전시 시민행복위원회가 지난 한 해 동안 소집한 전체회의는 단 한 번이며, 이마저도 참석하지 않은 위원이 많았다. 위원회 업무를 맡고 있는 해당 공무원들은 위원회가 정부 법령에 근거하기 때문에 안건이 없어도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회의 실적이 없는 위원회가 많다보니 회의 수당에 관한 예산 집행률도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동구는 지난해 회의수당으로 7000여만원을 책정했지만 실제 집행 예산은 3400만원에 불과해 집행률이 50%가 채 되지 않았다. 서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도 역시 집행률이 80%를 넘지 않았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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