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곳 확진판정 … 마로·탄부면 집중
바이러스 광범위 확산 관측 나와
지역 축산기반 붕괴 우려도 제기
도내 농가 전체 백신접종 마무리
방역당국 “향후 1주일 최대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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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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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하루동안 보은에서 구제역 확진 농장이 3곳이나 나와 방역 당국은 물론 일대 축산농가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지난 5일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확진농가는 보은 7곳, 전국적으로는 9곳으로 늘었다. 

14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전날 보은의 첫 구제역 발생 농장 반경 3㎞ 이내에 있는 한우 농장 3곳에서 발견된 의심증상 소 8마리의 시료를 채취, 도 축산위생연구소에서 검사한 결과,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보은의 첫 구제역 발생 농장과 770m 떨어진 마로면 송현리 한우농장을 예찰하는 과정에서 침흘림 등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이는 소 1마리가 발견됐다. 비슷한 시각 첫 발생농장과 1.8㎞ 떨어진 탄부면 구암리 한우농장에서도 구제역 의심증상 소 3마리가 추가로 나왔다. 송현리 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31%, 구암리 농장은 56%로 법적 항체 기준치보다 낮았다.

방역당국은 발견 즉시, 의심 소 4마리를 모두 살처분하는 한편, 나머지 소에 대한 임상 예찰을 강화했다.

일부에서는 보은의 구제역 발생농장이 마로면과 탄부면에 집중된 점을 고려해 바이러스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졌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하면 이 지역 축산기반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마로면과 탄부면 일대는 101개 농가가 소 9100여마리와 돼지 3400여마리를 사육하는 이 지역 최대 축산 밀집단지이다. 이들 농장과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까지 합쳐 지금까지 살처분된 소는 1205마리에 달한다.

특히, 보은·옥천·영동축협에 따르면 이 중 4곳은 브랜드 한우 조랑우랑을 공급하는 회원 농장으로 조랑우랑 공급처가 무더기로 구제역에 감염되면서 그동안 공들여온 명품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판로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조랑우랑은 이 축협이 2004년부터 대추·황토·비타민 등을 첨가한 특화사료를 먹여 육성한 한우 브랜드로 사료공급부터 혈통관리, 출하의 모든 과정을 축협에서 맡아 철저하게 관리한다. 이에 힘입어 조랑우랑은 2010년 로하스 인증을 받고, 이듬해 충북 한우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면서 명품 반열에 올랐다.

지난 달 말 기준 조랑우랑 한우는 이 지역 118개 농장에서 860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지난해 출하량은 1346마리다. 이 브랜드 한우는 서울·보은의 직매장 3곳과 대기업 유통망을 통해 전국에 유통된다. 국내 굴지의 식자재 유통기업인 A 사에 납품되는 물량도 한 달 60∼80마리다.

축협 측은 이번 구제역 파동으로 10년 넘게 성장해온 조랑우랑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10년 최악의 구제역이 경북 안동지역을 휩쓴 뒤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인 안동한우가 한동안 맥을 못 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랑우랑 농장에 송아지를 공급하는 700여곳의 부업 농가 타격도 불가피하다. 농민 이성용 씨는 "그동안 보은에서 생산된 송아지는 다른 지역에 비해 20만∼30만원씩 비싸게 거래됐는데, 앞으로는 정반대 현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며 "이번 일로 우리 지역 축산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12일까지 도내 소 사육농가 전체를 대상으로 구제역 백신 접종을 마친 만큼 이들 소에 항체가 형성되는 1주일간을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구제역 조기종식과 확산방지를 위해 취약한 농가와 구제역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농장 및 25번 국도에 인접한 농장들의 경우 선별적 살처분보다는 농장 소유 소 전체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지역여론이 비등해지고 있고 많은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 보은=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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