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ETRI 프로세서연구그룹 선임기술원
[젊은과학포럼]

지난해 새롭게 등장한 산업계의 키워드는 ‘제4차 산업혁명’이다. 생산성이 도약 되는 시기를 우리는 보통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던 제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등 공상과학 영화나 우리의 상상력에 존재했던 기술들이 현실화되는 것을 목격하며 우리는 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음을 실감한다. 그를 반영하듯 올해 초 개최된 전 세계 ICT 관련 최대 전시회 중 하나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스마트홈,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비서, 인공지능 로봇,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연구개발특구는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지난달 25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과학기술인들을 초대해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영광스럽게도 필자는 이 행사에 초대돼 이런 도약의 시기에 우리 과학기술인의 역할을 건배사를 통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런 뜻깊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필자가 속한 연구실의 성과인 ‘알데바란(Aldebaran)’ 프로세서 기술이 대덕특구를 빛낸 기술로 선정됐기에 가능했다. 프로세서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장치로서 인간으로 생각하면 ‘뇌’에 해당되는 컴퓨터의 핵심 부품이다. 그리고 이 프로세서 기술은 현재 컴퓨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등에 까지 넓게 확대돼 적용되고 있다. 미래 산업을 위해 현재 우리 정부의 과학기술 및 교육 정책들이 강조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또한 이 프로세서 기술이 기반 돼야 더 큰 발전이 가능하다. 그만큼 프로세서 기술은 핵심 원천 기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세서 기술은 대부분 인텔, ARM 등 외국이 주력을 이루고 있다. 고도의 반도체 설계 및 아키텍처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기술이다. 우리 연구실은 수년 전부터 이 기술이 미래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국산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ETRI에서 연구한 프로세서 설계 기술은 삼성의 반도체 공정 기술과의 협력을 통해 현재 다양한 프로세서 제품군을 만들어 내고 있다. 모바일 기기에 활용 가능한 초저전력 프로세서 개발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표준화단체인 ISO26262 자동차용 기능안정성 표준을 적용한 프로세서를 개발해 현재 자율주행자동차에 적용 중이다. 이런 노력이 인정받아 작년 반도체 설계 대전 대상뿐만 아니라, 대덕특구를 빛낸 기술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고,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프로세서 기술 개발의 경험을 토대로 올해 우리 연구실은 또 다른 도전을 하려고 한다. 바로 최신 핵심기술 키워드 중 하나인 인공지능을 위한 프로세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로 널리 알려진 인공지능은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실현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 기술은 상당히 많은 계산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응용분야 적용을 하기에는 하드웨어적 한계가 있다. 이에 우리연구실에서는 이 한계를 극복한 프로세서 개발을 위해 도전을 시작했다. 그동안 프로세서 기술을 개발하면서 쌓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원리를 적용한 인공지능 프로세서 개발을 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계획이 성공해 기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의 힘으로 써보는 것이 바로, 필자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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