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필 청주 청북교회 담임목사
[화요글밭]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는 컴퓨터 한글 프로그램을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구입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하고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교회의 실천사항으로 '윤리적인 교회'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실천하자는 뜻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함이 당연한 것인데도, 그렇게 수백만 원을 쓴다는 것이 참 미련한 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 것쯤은 당연히 복사본을 설치하고 쓰는 것이 대세 아닌가. 하지만 '정직비용'을 사용하는 사회와 국민이 있어야 그 사회가 단단하게 발전할 수 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거의 독과점인 이 프로그램을 전 국민의 컴퓨터에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분은 재벌이 되기는커녕 1990년대 말에 부도를 내고 경영에서 손을 떼는 아픔을 겪었다. 불법복제, 즉 정직하지 못한 사회와 국민들에 의해서 주저앉은 사례가 됐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국가적인 혼란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지배하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국가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분들이 정직하지 못하다. 그 부정직이 드러나면 또 다른 거짓말로 변명을 한다. 정치인들은 거짓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고, 지지를 받지 못하면 그만둔다고 했다가 전략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자신이 한 일 또는 발언들에 대해 언론과 반대세력이 왜곡했다고 반격한다. 그런 이들이 다시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면 작금의 혼란을 다시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경제인들은 정직한가. 비자금 연루 의혹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정경유착은 정치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가난한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를 요구하고, 그들의 임금을 착취하고도 실무진의 책임으로 돌려 자신의 책임을 피한다. 문화계, 언론, 심지어 가장 투명해야 할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조차도 정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윈스턴 처칠은 "한 가지 거짓말을 감추려면 일곱 가지 다른 거짓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부른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바르게 성장하려면 비록 고비용을 치르더라도 '정직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이 재정일 수도 있고, 권력의 자리일 수도 있고, 명예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지위일 수도 있다. 정직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처음에는 이익을 얻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성공의 모델처럼 인식될 수 있으나 결국에는 무너진다. 다소 손해를 보고, 억울한 경우가 있더라도 정직비용을 제대로 지불할 수 있으면 훗날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통치자로 존경을 받는 왕이 다윗이다. 그는 항상 하나님과 백성들 앞에서 정직했으나 단 한 가지 일, 자기 부하의 부인인 밧세바를 취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거짓 계략을 꾸몄다. 성경은 다윗이 그 일 외에는 평생에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거짓된 행동 때문에 국가는 물론이고, 자신과 자녀들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모른다. 정직을 지키는 비용보다 거짓에 대한 응징의 비용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블레즈 파스칼은 ‘팡세’에서 "우리들의 모든 존엄성은 생각 속에 존재한다. 자신의 품위를 높여할 것은 바로 생각에 의해서다. 그러므로 잘 생각하도록 노력하자. 바로 여기에 도덕의 원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직과 거짓된 생각, 무엇이 우리를 살리고, 품위를 높이고, 존엄하게 하는지를 절실하게 생각하게 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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