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건양대학교 부총장
[투데이포럼]

음식점, 호텔, 쇼핑센터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상업시설은 물론 정부기관과 학교까지도 고객 혹은 민원인, 학생 중심의 운영을 표방한 지 이미 오래다. 우리사회에서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면서 그에 따른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운영이 서비스 제공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거의 유일한 기관이 병원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환자를 대하는 의사, 간호사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점차 의료기관에서도 환자를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으로, 서비스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500 병상 이상 대형 병원들을 대상으로, '2017년도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항목에 '환자경험 평가'가 추가된 것도 환자 중심의 의료기관 운영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구체화된 결과로 보인다. 환자경험 평가의 주요 기준은 간호와 의사 서비스부터 병원환경과 환자권리보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눈에 띄는 항목을 보면 환자에 대한 '공평한 대우', '치료결정 과정 참여기회', '주관적 건강수준' 등이 있다. 이는 의료서비스의 제공에 있어 의사서비스와 치료과정 이상으로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수평적인 소통이 중요하고 환자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까지도 의료기관 평가에서 빠트릴 수 없는 항목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나라도 의료의 질 관리가 주로 의료 공급자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환자 의식의 신장과 병원 간 경쟁에 힘입어 이제는 환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병의 치료는 의료진만의 노력이 아니라 환자의 병의 경과에 대한 이해와 의료진의 처방과 지시에 대한 정확한 이행이 이루어졌을 때 가능하다는 말이다. 좋은 환자가 있어야 좋은 의사도 있고 병의 경과도 좋다는 뜻이다.

고객서비스 만족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주요한 개념으로 정립된 지 오래이며 의료계에서도 고객서비스중심 경영이 병원운영에서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 환자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은 병원 입장에서는 곧 환자를 잃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병원에 대한 사회적 평판에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사실 환자의 만족은 환자가 진료와 관련된 서비스를 받으면서 경험하는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일정한 요구와 기대치를 가지고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자신의 요구가 충족되는 정도에 따라 병원에 대한 만족 수준을 결정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 자체보다는 병원 환경과 관련된 사소한 원인 때문에 병원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환자경험 평가는 아직 도입단계이고 세부 기준 또한 주관적인 요소가 많아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환자 중심 병원 운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대학에서 학생이 교수를 평가하는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대부분의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다. 환자경험 평가에 있어서도 평가기준의 문항을 보다 세분화 하고, 민간과 공공 부분 서비스 영역의 경험과 기준을 활용할 때 더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평가 기준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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