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면 또 … 한우농가 확진판정
첫 발생농장과 불과 450m거리
축사·돈사밀집 … 불안넘어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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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마로면에서 또 다시 구제역이 발생했다. 지난 5일, 10일에 이어 3번째, 전국에선 5번째 구제역이다. 마로·탄부면 일대 지역축산업계 주민들은 이미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상태다.

12일 충북도에 따르면 보은군의 기본 방역대 500m 내를 예찰하는 과정에서 마로면 농장 한우 68마리 중 1마리의 혀가 벗겨지고, 식욕 저하 증상을 보이는 5마리를 확인했다.

마로면은 올해 첫 구제역이 터진 곳이면서 소 9100여마리와 돼지 3400여마리를 사육하는 대규모 축산단지로 보은군 내 전체 우제류(소·돼지·양·염소·사슴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4분의 1이 몰려 있다. 이 농장은 지난 5일 첫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농장에서 불과 450m 떨어져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뒀지만 같은 마을이나 다름없다. 지난 10일 2차 구제역이 발생한 탄부면 구암리의 한우농장과도 1.5㎞ 남짓한 거리에 있다. 축사와 돈사가 오밀조밀 몰려 있는 곳에서 구제역 확진과 의심 소 발생이 잇따르자 농민들은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 지역에 퍼질 대로 퍼진 것"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음은 어느 농장에서 구제역이 터질지 몰라 공포에 떨고 있다.

마로면 관기리 장태원 이장은 "소를 키우는 10여 가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문을 걸어 잠그고 이웃과 왕래를 끊은 상태"라며 "2차, 3차 감염 소가 나오면서 구제역 공포가 짙어지고 있다"고 침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의심 소가 발생한 송현리는 이날 마을회관까지 폐쇄했다.

정영일 이장은 "구제역이 우리 마을로 넘어왔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마을 입구에 소독소가 들어서고 뿌연 소독약을 내뿜는 방역차량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살벌하다"고 전했다.

그는 "흉흉해진 분위기 탓도 있지만, 방역에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에 마을회관도 걸어잠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의심 소가 나온 농장은 한우 68마리를 키운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농장도 여러 곳이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살처분 두수가 늘어나는 것도 주민한테는 공포 그 자체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발생 농장 2곳의 젖소와 한우 569마리를 모두 땅에 묻었고, 항체 형성률이 낮게 나온 인접농장의 소 182마리도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이날 의심 소까지 합치면 1주일 새 이 지역 소 757마리가 매몰처리됐다.

300여마리의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구제역 발병이 이어지면서 잠시도 소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7일 부랴부랴 백신까지 추가 접종했지만, 코앞까지 밀고 들어온 바이러스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판국에 어제는 가축위생시험소 직원들이 항체 생성 여부를 알아보겠다며 혈청을 뽑으러 왔더라"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뒷북행정에 화가 치밀어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고 무기력한 축산당국을 비난했다.

보은군은 추가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중수 보은군 가축방역계장은 "지난 6∼7일 추가 접종한 백신이 효과를 내려면 적어도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이때까지가 추가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취약기"라고 설명했다.

군은 하루 2차례씩 관내 모든 축산농가에 전화를 걸어 의심증세가 없는지 확인하는 한편, 군부대 지원까지 받아 비상 방역에 나서고 있다.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

보은=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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