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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 "성대 종양 딛고 노래…20년간 광고 삽입만 38곡"

데뷔 20주년 맞아 '4가지 맛' 프로젝트…싱글 '너드 걸' 발표

연합뉴스 cctoday@cctoday.co.kr 2017년 02월 10일 금요일 제0면     승인시간 : 2017년 02월 10일 07시 52분
▲ [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제공]
▲ [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제공]
▲ [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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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혜경은 지난 4년가량 절망적인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피부관리숍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린 데 이어 성대에 종양이 생겨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가수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는 충격으로 두려움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재활 끝에 청아하면서도 탁성이 섞인 제 목소리를 되찾았고 올해 데뷔 20주년을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맞았다.

그는 20주년을 기념한 프로젝트 '4가지 맛'을 기획해 그 첫 번째로 '달콤한 맛'을 테마로 한 싱글 '너드 걸'(Nerd Girl)을 10일 발표한다.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성대 종양으로 고통받은 이야기를 꺼내며 목이 멨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충격적인 시간일 정도로 '멘붕'이었다"며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고 기자분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게 꿈만 같다. 눈물 날 정도로 행복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느 날 '고백'이란 노래를 부르는데 고음이 안 나오더라고요. 2년 전까지 아예 말을 못할 정도였고 다시 1년이 지나 말은 하는데 둔탁한 쇳소리가 나왔죠. 첫 번째로 혹을 뗀 부분의 성대를 붙이는 재활을 했고 두 번째로 그때의 충격을 없애는 노력을 했어요. 마이크 잡는 게 두려웠고 그걸 극복하기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는 1997년 밴드 더더의 메인 보컬로 데뷔할 당시 독특한 보이스로 호평받은 가수였다. 맑은 미성인데도 살짝 긁히는 듯한 까칠한 소리가 섞여나오는 매력이 있었다.

이번 신곡을 녹음하면서도 믹싱 엔지니어에게 "까칠한 목소리를 없애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20년 전부터 가급적 가공되지 않은 목소리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귀여운 음색을 중화시키는 것도 탁성이었다"고 설명했다.

컴백을 준비하면서 그는 신스팝 듀오 롱디(한민세, 민샥)와 손잡았다. 롱디의 한민세가 '너드 걸'을 작사·작곡하고 보컬 민샥이 피처링을 맡았다.

박혜경은 "목소리를 어느 정도 회복하고 지난해 음악 예능 '슈가맨'에 출연한 뒤 엄청난 응원의 댓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다시 노래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밤을 새워 가사를 써봤는데 모든 게 얼어버렸는지 감성이 타버렸는지 곡이 안 나오더라. 많은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들어보면서 롱디를 발견했고 대표님께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제가 일기예보 시절의 강현민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었어요. 현민 씨가 '고백'과 '주문을 걸어', '너에게 주고 싶은 세가지', '안녕' 등의 곡을 써줘 제가 공연에서도 히트곡을 부르고 있죠. 롱디 역시 음악적인 재기발랄함과 노랫말 표현이 무척 신선했어요. 평소 하던 장르가 아닌 세련된 음악이어서 도전이었지만 궁합이 잘 맞았죠."

이 자리에 함께한 롱디는 "데모곡을 달라고 해 믿기지 않았다"며 "어린 시절 누님 노래를 불렀는데 함께 한 음원이 나온다니 꿈만 같다. 녹음할 때 굉장히 머리를 많이 쓰는데 누님은 감각이 대단하더라. 피가 다른 느낌이었다"고 화답했다.

롱디는 이 곡에 대해 "옛 여자 친구가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외모는 아니지만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덕후 기질이 있었다"며 "그게 매력적으로 보인 적이 있어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너드'는 사전적으로는 '바보', '얼간이'란 의미지만 보통 촌스럽고 한 가지에 깊이 빠져 다른 세상일에 무관심한 사람을 가리킬 때 많이 쓰인다.

박혜경은 "노래 가사를 보니 딱 나였다"며 "데뷔 때보다 예뻐지긴 했지만, 의료진의 힘을 빌렸고 최근 살도 뺐다. 또 좋아하는 것도 너무 확실하다. 집에 TV도 없고 연예인 얘기도 잘 모르고 평소 화장도 안 하고 하이힐도 몇 년 만에 신었다. 외모나 용모에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는 것에 미치도록 빠지는 스타일"이라고 거들었다.

또 요즘은 천연비누를 만들고 플로리스트처럼 꽃으로 만드는 작업에 빠져있다며 정신적인 아픔을 극복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기억에 남는 순간 세 가지도 꼽았다.

"첫 방송이던 KBS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했을 때, 솔로로 나서 '고백'을 내고 8개월간 반응이 없다가 한 톱스타가 '밸런타인데이에 듣는 곡'으로 꼽으며 '빵'하고 터졌을 때, 몇 년 전 '한물간 가수'라고 스스로 자학하던 어둠의 시절이죠."

그런데도 그는 자신은 정말 '럭키'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어릴 때는 불만도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행운이 있던 가수예요. 요즘은 광고 음악으로 가수가 알려지는 게 재미없는 일이지만 전 8~9장의 앨범을 내면서 방송 활동을 별로 하지 않았지만 38곡이 광고에 삽입돼 히트곡을 여러 곡 냈으니까요."

그는 이번 '달콤한 맛'을 시작으로 올해 쉼 없이 활동할 계획이다. 다음 곡은 어떤 맛이 될지 아직 모르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간중간 자신의 히트곡도 재해석해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빠른 템포의 '너드 걸'을 택한 건, 어둡고 칙칙한 시국을 보내는 청년들에게 밝고 상큼한 느낌을 주고 싶은 바람 때문이에요. 제 음악 타깃은 영원히 청년들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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