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머그컵과 텀블러, 일회용 컵 등이 확산되면서 예전처럼 커피잔에 차를 내오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예의를 갖추어야 할 자리에서도 머그컵이 사용되는 데는 번거롭고 다루기 까다로운 도구를 기피하고 실용적이고 격의 없는 분위기를 선호한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격식을 갖추어야 할 자리라면 찻잔 아래 마땅히 접시를 받쳐 내와야 한다. 국가원수간이나 중요한 회담에서 머그컵을 쓰지 않는 이유가 거기 있다. 이 때 받침접시의 용도는 테이블에 차를 흘릴까 이를 방지하는 용도가 아니다. 손님이 오면 방석을 권하는데 설마 손님이 방바닥을 더럽힐까 염려하여 방석을 깔고 앉으라는 것이 아님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받침접시가 함께 나오는 자리에서도 대부분 접시는 테이블에 그대로 두고 찻잔만 들고 마신다. 격식을 갖춘, 정격매너에서는 한 손으로 잔 받침을 턱 아랫부분까지 들어 올리고 다른 손으로 찻잔을 들고 차를 마셔야 하는데 이런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직 생소해 보인다. 제삿상에 차나 술을 올릴 때는 잔받침을 사용하면서도 일상에서는 다른 습관이 상존하는 것이다.

근래 커피보급이 급격히 확산되어 많은 경우 커피잔보다는 실용적인 용기를 사용하는 까닭에 이런 정격예절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받침접시는 차나 커피를 옷이나 바닥에 흘리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도 있겠지만 식사 후 다소 방심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커피라도 자세를 흐트리지 말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유지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찻잔과 받침접시는 분리하기 어려운 세트 개념인데 받침접시며 찻잔을 드는 자세와 손가락 모양으로도 남다른 멋과 품격을 연출할 수 있다고 글로벌 매너 전문가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는 강조한다. 이제 우리도 진정한 글로벌 매너로 당당히 세계무대에서 입지를 다져야할 시점이라면 찻잔 드는 모양새와 올바른 격식으로 스스로의 품격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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