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희 나음정신건강의학과 원장(정신과 전문의)
[시론]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전체를 온전히 정확하게 인식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를 다 조망해서 볼 수 있는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동일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사람마다 다른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각자가 자신의 시선으로 상황을 보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기존의 지식체계로 상황을 이해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되는 것이다.

새로운 사건에 대해서 이해할 때 내 머리에 있는 체계가 작동을 하고 이것은 객관적이기가 어렵다. 쉽게 예를 들어 부부 싸움을 할 때 과거 일을 이야기 하는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남편과 아내가 동일한 일을 이야기 하는데도 두 사람은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상황을 해석하는 여러 가지 잘못된 방법을 인지오류라고 하는데, 그 중에 우리가 많이 하는 인지오류가 감정적 추론이다.

어떤 것을 너무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고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믿는 것을 ‘감정적 추론’ 혹은 ‘지레짐작하기’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인지오류를 많이 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이런 분들을 많이 본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죽는다고 생각 했어요” 이유를 물으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숨이 막히고 심장이 조여 왔어요” 그는 자신이 느낀 신체증상을 죽는 다고 해석 한 것이다.

객관적으로 심장병이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도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을 가지고 심장병이라고 해석하고 내 앞에 앉기까지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안타까운 순간이다. 진작 전문가에게 의뢰를 했다면 ‘공황장애’라고 진단받고 조기에 치료를 해서 덜 고통 받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신이 아니고 모든 분야에 만능은 아니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한다. 내가 느끼는 게 진실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 진실인 것이다. 내 느낌과 옆 사람의 경험을 가지고 특정 사실을 해석하다가는 선무당이 사람 잡게 되는 것이다.

요즘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 중에서 정말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것, 그리고 내게 맞는 정보를 추려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그리고 가장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인 것이다. 나 역시 의사이지만 내 전문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옆 선생님들에게 자문을 구한다. 최면을 받겠다고 오는 환자는 나보다 내 옆방 선생님께 의뢰를 하고 분석환자는 건너방 선생님께 의뢰를 한다.

물론 느낌과 경험이 다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 느낌만으로 상황을 잘못해석해서 고통을 받지는 말자는 것이다. 다행이도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아서 주변에 전문가를 찾는 게 어렵지가 않다. 내 느낌과 경험을 전문가에게 한번쯤 검증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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