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산다는 것은 결절이다. 성공과 실패, 확신과 후회, 행복과 불행, 사람과 사랑이 결합돼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서로 끊어져있다. 모두의 삶은 다른 듯 같다. 삶이란 나쁜 짓만 안하면 일정한 틀 속에서 비슷하게 돌아간다. 한마디로 그게 그거다. 저 사람 일상이 곧 본인의 일상이다. 삶의 문법이 닮았다는 얘기다. 가족을 건사하고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 본연의 원형질이지만, 사실 그때가 되면 늦다. 걸어 다닐 기력조차 없는데 여행이 호사일리 없다.

▶교사·교수의 길을 걸었더라면 행복했을까.(연수·방과 후 수업·담임업무·잡무에 시달릴지언정) 방학 때도 월급 받는 몇 안 되는 직업이다. 공무원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꼬박꼬박 월급 받으면서 연금과 시간외수당은 덤이다. 여간해서는 잘릴 일도 없다. 한해 '공시족'이 70만명에 달하고 취업준비생의 40%가 공무원시험에 몰빵하고 있는 현실이 이해가 된다. 200개의 특권을 누리며 간식비까지 챙기는 국회의원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뻔뻔하게 큰소리치는 당당함, 줄만 잘 서면 3대(代)는 편하게 갈 수 있는 좀비 계보가 남부럽지 않다. 의사, 약사, 한의사, 검사, 판사, 변호사, 회계사 등 '사(士)'자 직업을 했더라면 또 행복했을까. 돈도 벌고 명예도 얻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담배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부의 조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흡연을 부채질 해놓고 이제 와서 담뱃갑에 혐오그림을 붙이고는 금연하라니 어이가 없다. 술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이 또한 얼마나 좋았을까. 술값으로 바친 돈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판이다. 조금 더 독하게 살았더라면 탄탄대로의 삶을 살고 있을까. 그랬다면 삶의 뜨거운 물집을 겪어보지 않았을 텐데…. 왜 진작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그런데 실제로는 의사가 부럽지 않다. 매일 피를 보고 뼈와 살을 헤집는 직업이 뭐 그리 부러운가. 검사·판사·변호사도 부럽지 않다. 매일 흉악범에 살인범, 강간범을 대하는 일이 뭐 그리 유쾌한가. 약사 또한 부럽지 않다. 하꼬방(상자 같은 집)에 갇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니 구멍가게 주인과 뭐가 다른가. 교수·교사도 부럽지 않다. 더럽게 말 안 듣는 종족들과 하루하루 머리싸움을 해야 하니 이런 고통도 없다. 이 세상 모든 욕을 받아먹고 사는 국회의원 삶은 뭐 그리 대단한가. '돈'이 최고지만 ‘돈’외에는 메리트가 없다. ‘했더라면’은 후회다. 후회하지 않는 삶은, 보통의 일상에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문제해결의 단초다. ‘했더라면’이 아니라 그렇게 ‘했으니까’ 그나마 행복한 것이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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