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용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경제인칼럼]

최근 한국 제조업의 위기 상황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추세 속에 최근 그나마 양호한 실적을 유지하던 자동차와 전기·전자업마저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는 수출이 줄고 생산량 세계 순위도 낮아졌고 전기·전자 업종의 부품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는 등 제조업의 대내외 사업 여건은 지속적인 경쟁력 제고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저성장세 속에서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국내 산업계에는 큰 부담이다.

또 세계 시장에서 자국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반덤핑·상계관세 장벽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중국도 한국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입 규제 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방송, 드라마와 같은 문화 콘텐츠에 대한 중국 내 진출 금지령을 내리는 ‘한한령(限韓令)’ 등에 의한 ‘한한류(限韓流)’ 현상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수출과 제조업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 중 하나는 글로벌 부가가치 사슬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제활동의 세계화가 심화되는 글로벌 시장경제에서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 제고와 함께 제품 기획에서 제조·유통에 이르는 가치 사슬구조에서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스마트폰 무역의 역설’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은 수출국이고 미국은 수입국이다. 수출액 통계만 보면 스마트폰을 대량 수출하는 중국의 경쟁력이 훨씬 강하다는 평가가 도출된다. 하지만 더 큰 실익을 얻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이 설계, 디자인, 유통 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들을 확보해 가치 사슬구조상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한마디로 자동화 기술의 고도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상과 현실이 결합되는 산업시스템을 말하는데 이는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3D 프린터, 로봇 등 융합기술과 함께 새로운 혁신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또 공유경제의 비중 증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는 제품 생산·판매와 함께 고객에게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전·세종·충남 지역은 앞으로 다가올 4차산업의 핵심인 과학기술의 메카로 수출 주력품목인 IT(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로봇, 바이오, 무선통신 융합 등 기술 관련 기업과 KAIST 등 산업별 주요 연구기관, R&D센터 등이 타 지역에 비해 잘 구축돼 있다. 이러한 점을 살려 우리 지역 업체들을 탄탄한 가치사슬로 엮어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모범적인 지역경제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대한민국 경제에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