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YWCA 핵없는 사회를 위한 충북행동 집행위원장
[투데이포럼]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은 지난 1월 17일 칼바람 부는 대전의 거리에서는 대전과 세종, 충남과 충북에서 온 시민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핵재처리실험저지 30㎞연대'의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이었다. 이 단체는 대전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핵재처리실험을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절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핵연료 재처리실험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원자력전문연구기관으로써 국가핵정책지원, 원자력이용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왜 대전뿐 아니라 세종, 충남, 충북에서 많은 이들이 모여 한국원자력연구원을 규탄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강행하려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실험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각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핵연료가 1699개나 보관돼 있다. 1987년부터 핵연료 재처리 연구개발과 연료봉 결함 분석 등을 위해 각 지역 원전에서 반입·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실험을 강행하려는 측의 논리는 핵발전의 원료가 되는 천연우라늄의 고갈 때문이며, 핵재처리 실험을 통해 우라늄을 뽑아내고 사용후 핵연료를 90%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국내뿐아니라 해외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무서운 방사능을 내뿜은 사용후 핵연료의 지르코늄 피복을 벗기는 순간, 방사능 물질은 세상 밖으로 나온다.

아무리 이중·삼중 포집장치를 한다해도 100% 포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복잡한 처리 과정 중에 오히려 고·중·저준위 폐기물이 다량 양산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뽑아낸다는 우라늄은 고독성 방사능물질이 혼재된 쓰레기나 다름없는 순도 낮은 우라늄으로, 그 실효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3대 제로 안전종합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했으나, 이 것 또한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어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허위·과장 광고뿐아니라 특히 안전성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불과 한 달 안에 안전검증을 완료하고, 방사선 영향평가를 실험전이 아니라 실험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올해 배정받는 핵재처리와 고속로 연구 국가 예산은 1000억 원이 넘는다. 거액의 연구비를 챙겨 가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이 사업의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핵재처리 실험은 유성과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의 경우, 폭발 사고라도 발생하면 적어도 반경 30㎞안의 주민들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 원전 주변의 통상적인 비상계획구역범위인 30㎞까지 방호방재대책이 필요하며, 이 지역 내에서는 끊임없는 모의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3자가 참여하는 안전검증,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뮬레이션 등 철저한 대비책 없이 오는 7월 핵재처리실험 강행은 절대 불가하다.

이제 충북은 핵발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30㎞, 그 가까운 거리에서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분명히 알고 대책을 마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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