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청주시 상당구 용암1동 동장
[시선]

오는 11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과거 정월대보름이면 마을입구 큰 둥구나무에 흰 헝겁으로 칭칭 동여매고 나무 밑 떡시루에 제단을 만들어 제사를 올리며 풍년농사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곤 했다.

용암1동에서는 한 해 동안 건강하고 만사형통하며 서로 화합하고 온 가정에 사랑과 만복이 기원하는 ‘용천제’라는 대보름행사가 올해로 15회째 이어지고 있다.

용암동의 발원지이며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웅덩이가 있다. 버스로 보살사에 당도하기 1㎞ 전 용천제 비문이 있다. 이곳 제단에선 매년 용신제가 열렸는데 수년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주관했으나 대부분 나이가 연로해 현재는 용암1동 용천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에 있다.

용천제 비문에는 ‘용바위골 전설’이 적혀 있다. 아주 오래전, 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멀고 먼 북쪽 땅에서 영웅이 되기를 바라고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던 중, 어느 날 꿈에서 도인을 만난다. 도인은 “남쪽 땅에 이르러 동쪽 산맥의 정기가 서남 사이로 힘 있게 뻗치다가 멎은 곳에 청벽수실(靑壁水室)이 있으니 그곳을 찾아 바윗물로 몸을 씻고 7년간을 수행하면 감히 장수가 되어 날개를 얻고 천하를 재패할 수 있다”고 전한다.

사나이는 산수를 찾아 5년 동안을 해맨 끝에 겨우 꿈에 계시받은 청벽수실(푸른벽의 물웅덩이)을 찾기에 이른다. 무사는 크게 기뻐하며 돼지를 잡아 하늘에 제를 올리고 숙배한 후에 몸을 깨끗이 씻고 동굴로 들어갔다. 그러나 동굴 물웅덩이에는 이미 용한마리가 도사리고 앉아 승천의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무사는 크게 놀라고 실망한 나머지 동굴 밖에 나와 청벽을 치며 분통을 터트린다.

그러자 도인이 나타나 “수실을 빼앗긴 것은 분한 노릇이나 아직도 희망은 남아 있으니 낙담하지 말라”고 위안한다. 그러면서 “용이 승천하지 못하도록 문밖에 기다리고 있다가 기회를 보아 용을 죽인다면 그 정기를 빼앗을 수 있다”고 일러준다. 이 말을 들은 무사는 동굴 밖에서 장검을 잡고 용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백일째 되던 날 새벽 갑자기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며 마른 하늘에 번개와 천둥이 울리면서 별안간 무서운 폭우가 쏫아지기 시작했다. 잠시 넋을 잃은 무사가 정신을 가다듬고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에는 이미 일곱 색 무지개를 안고 용이 승천을 하고 있었다.

무사는 스스로의 무력함을 한탄하고 동굴에 뛰어들어가 바위를 치면서 애석함을 달랬다. 그때 무사가 발을 굴러 찼던 자리에 음푹하게 발자국이 남게 돼 후세 사람들은 이를 장수 발자국이라 칭했다. 그 청벽수실을 용이 오랫동안 승천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가 하늘로 올라갔다 해 ‘용바위’ 또는 ‘용물웅덩이’라고 하며, 인근 마을을 ‘용바위골(龍岩)’이라 오늘에 전하고 있다.

지난해 필자가 용암초 3학년생 전체를 대상으로 학교를 방문해 용바위골 전설을 소개한 바 있다. 학생들은 신기한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관심을 기울였다.

용암1동은 앞으로 이 이야기에 사랑·성공의 스토리텔링을 곁들여 외지인의 방문을 유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 낙가동 소류지에 연꽃이 피는 수변공원을 조성하고, 용박골에 연접한 시민쉼터인 김수녕 양궁장과 천년고찰 보살사를 연계한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면 청주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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