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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화요글밭]

대전은 우리나라의 그 어떤 도시보다 빠르게 변화한 계획도시다. 도시를 계획할 때는 도로에서부터 통신시설, 상하수도시설, 학교 등 다양한 도시계획시설을 촘촘하게 설계하게 되는데 거기에는 시민들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원시설도 들어서게 마련이다. 대전시도 많은 공원시설을 도시계획에 포함시켜 설계해 왔고, 그 결과 2016년 기준 602개의 공원을 가지고 있으며, 녹지비율 58.75%로 전국 특·광역시 중 세 번째로 높다. 그러나 아쉽게도 602개중 사유지가 대부분인 216개 공원이 아직도 조성되지 못한 채 미조성 공원으로 남아있다. 특히 5만㎡가 넘는 21개 공원은 20년이 넘게 조성되지 못한 상태다. 이렇게 많은 공원이 실제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화속도에 걸맞는 공원조성예산이 충분치 않아서다. 예산제약으로 보다 급한 도시계획시설인 도로, 학교, 병원 등에 개발우선순위에서 밀리다보니 토지매수에 엄청난 예산이 드는 공원시설은 늘 뒤쳐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미조성된 공원들은 대부분 5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불법적으로 개간되어 다락논·밭은 말할 것도 없고 불법 음식점, 동물사육장, 쓰레기 적치장 등으로 변해 도저히 공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돼 왔다.

월평·용전·문화공원만 보더라도 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고 일부지역은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로 변해 집단민원의 온상이 돼왔다. 전국적으로 본다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결국 정부는 더 이상 훼손되는 공원을 방치할 수 없어 전국의 모든 미조성공원을 도시공원으로 개발하려 하였으나 15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감당할 수 없어 민간자본을 활용해 공원을 개발하는 ‘장기미집행공원 민간조성 특례제도’라는 대안을 마련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특례제도를 마련하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은 수 십년 동안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해오던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1999년 헌법재판소가 지나치게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2020년 7월 1일까지 공원조성을 하지 않으면 공원지정이 실효되는 일몰제를 시행했다.

특례제도는 민간자본을 활용, 20년 이상동안 방치돼 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미조성 도시공원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회복시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고 사유지 보상 등에 쓰인 비용을 30% 이하의 훼손된 공원지역에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을 허용해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소유주 의사와는 무관하게 공원시설로 지정돼 몇 십년간 재산권 행사가 제약된 토지소유주들의 사유재산권을 보호하고 재정여건이 어려운 지방정부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수십년 동안 방치된 도시공원을 원상으로 회복시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데 있다. 이는 국가적 과제이며 대전시의 의무이기도 하다. 각종 쓰레기와 오염물질들, 버려진 차량과 빈 판자촌, 무허가 시설물들로 하루가 다르게 황폐해져가는 이곳들을 원상으로 회복시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급선무다. 이렇게 볼 때 공원개발이 일부에서 주장하는 난개발이나 환경파괴가 아님은 50여년간 버려지다시피해 공원의 기능을 상실한 미조성공원의 현장을 찾아가 보면 너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대전시 5곳을 포함한 전국 60여개의 미조성공원이 공원으로 조성되기 위해 발걸음을 시작했다. 하나의 공원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해관계인과 행정절차를 필요로 한다. 토지소유자, 인근주민들을 포함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청취가 필요하고 환경·재해·교통·경관 등의 영향평가와 심의, 공원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등 각종 전문가들의 논의가 예정돼 있다. 역사적 경험을 보더라도 국가적 난제를 특정 단체나 개인의 편견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 국가와 대전시, 시민여러분 모두가 황폐화돼가는 공원의 현실을 직시하고 가장 시민들에게 혜택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 장기미집행공원들은 원상회복되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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