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순 충북도의회 의원
[시선]

1948년 제정된 우리나라의 헌법은 40년간 9차례에 걸쳐 개헌이 이뤄졌다. 그러나 1988년 2월 9차 개헌 이후 29년간 우리나라 헌법은 바뀌지 않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빠른 속도로 변화와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헌법은 아직도 80년대 후반의 시대정신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의 지방자치에 대한 조문은 달랑 2개 조에 불과하다. 1948년 헌법제정 이후 1963년 제5차 개헌 당시 약간의 문구만 바뀐 조문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내용에 있어서도 크게 바뀐 것은 없다. 헌법이 제정된 이후 70여년간 지방자치에 대한 규정은 변한 것이 없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헌법은 지방자치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1950년대의 정신에 머물고 있다.

1988년 9차 개헌 후 1991년 지방의회 의원 선출만을 통한 반쪽짜리 지방자치를 거쳐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도 주민이 선출하는 본격적인 지방자치를 시작했지만 진정한 지방분권의 시대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방분권은 정체되고 퇴행됐다. 아직도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은 7대 3에 머물러 있고, 국세와 지방세는 8대 2이다. 지방재정자립도는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이전인 1992년 69.6%에서 2015년에는 50.6%로 오히려 급락했다.

이렇듯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0년이 넘도록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헌법 조항의 단순성 때문이다. 지방자치의 기본 기능은 서로 여건과 환경이 다른 지방의 특색을 살림으로써 국가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지역의 특색에 맞는 자치를 실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헌법의 조문에 따라 자치법규가 아닌 법률이 전국단위의 자치를 조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 구현에 있어 최소한의 것만 보장하는 '지방자치 최소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제한된 자치만이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영역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항상 재정의 문제로 공회전을 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무상급식 등 다양한 정책에 있어 지방과 중앙이 충돌하고 있다. 지역이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자립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나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재정자립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대부분의 정책이 매칭펀드형이고 중앙과 지방의 재정분담비율이 5대 5정도로 정해져 있어 중앙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면 지방정부는 원하지 않아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한 지방이 6대 4의 비율로 더 많은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재정은 2대 8로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재정비율을 OECD 평균인 5대 5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지방재정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이제 지방분권형 개헌은 시대적 과제이다. 중앙과 지방이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협치와 상생의 미래지향적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에서 지방자치를 강력히 천명할 뿐 아니라 현재 2개 조문에 불과한 지방자치를 풀뿌리 지방자치에 걸맞은 내용으로 신설해야 한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임을 명시하고,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분권형 복지국가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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