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파스타는 면이 중요해서 면 맛으로 승부를 거는 음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소스 양과 농도가 과다하여 면의 비중이 현저히 약화된 느낌이다. 파스타라는 말은 영어로 페이스트, 프랑스어로 빠뜨인데 국수를 포함하여 반죽으로 만든 여러 종류의 식재료를 총괄한다. 반죽의 탄력과 삶는 기술이 파스타의 핵심이고 피자의 경우 그 역시 반죽 기술이 관건으로 그 위에 얹히는 토핑은 부차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얇은 도우에 치즈와 약간의 잎사귀를 얹어 화덕구이로 반죽의 질감과 고소함을 즐겨야 하는데 그 위에 놓인 온갖 종류의 장식재료로 피자의 수준이 결정되고 있다. 푸짐한 토핑을 선호하는 미국 스타일인 셈인데 이탈리아 음식이 미국을 거쳐 우리에게 다다른 모양이다. 오늘도 숱한 맛집, 별미, 셰프들의 현란한 요리솜씨를 내보내는 이른바 먹방 열기는 여전하다. 먹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매스컴이 부추기는 식탐과 본능자극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 부정적인 영향이 쌓이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보다는 '어떻게' 먹는가에 관심을 가질 때에 이른 듯 싶다. 음식과 먹는 절차의 품격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먹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지금과 같은 과잉열기, 식욕칭송 그리고 거기에 개입되는 상혼 상술의 전횡을 막을 수 있겠다. 소고기는 어떻게 먹어야 하고 닭요리 먹을 때는 어떤 점에 유의하고 어느 부위가 맛이 있나 그리고 함께 먹어 이로운 음식 등에 대한 심층적인 관심이 그래서 필요하다. 무한리필이라는 개념은 참으로 전근대적인 마케팅으로 인간의 취식용량은 제한적인데 그것을 부추겨서 무리한 과식을 유도할 필요가 있을까. 가마솥에서 오래 고아야 하는 설렁탕, 곰탕을 중국음식점에서 먹는 일도 생뚱맞아 보인다<사진>. 음식 고유의 특성에 맞추어 음미하여 적절하고 품격 있게 먹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선진 음식문화로 나아가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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