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본사 부국장
[데스크칼럼]

최근 설 연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가 있다. 바로 '공조'와 '더 킹'이다. '공조'는 북한 수사관과 대한민국 형사와의 수사 공조를 그렸고, '더 킹'은 검사와 정치권의 커넥션 등 적나라한 뒷모습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두 영화 모두 관객 500만명에 육박하는 등 관객몰이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들의 제목은 지금의 정국상황과 묘하게 맞는다. 대선 후보들이 '공조'해야 '킹'(대통령)이 된다는 불문율을 다시한번 확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일 전격적인 대선불출마 선언을 했다. 결국 현실정치권의 높은 벽을 확인하며 공조에 실패한 탓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과 동시에 대세론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못했다. 정당을 선택하거나 제3지대 빅텐트론 아래 뭉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공조에 실패한 채 대권 꿈을 접었다.

반 전 총장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잇달아 만나 이른바 '제3지대' 구성 문제를 논의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반 전 총장은 대권도전을 접는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의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정치교체의 명분이 실종되고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반 전 총장의 공조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현재진행형인 경우도 있다.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문 전 대표는 ‘비문(非文)’ 세력과 호남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안철수의원이 버티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공조는 현재로선 어렵지만 결국 야권단일화를 위해 함께 가야하는 상황은 필연적이다.

얼마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보자. 유 의원 역시 정치적으로는 '반쪽'이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새로운 정당에 몸을 담은데다 당장 지역구에서도 유 의원에 대한 지지는 둘로 나뉜다. 결국 해답은 ‘공조’인데 이를 위해 한때는 상대였던 MB계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대선캠프를 맡겼다. 진 전 장관은 2007년 옛 한나라당 대선 후보 당시 정적(政敵)이었던 이명박 캠프의 핵심인사다. 이런 진 전 장관에게 선대본부장 격인 캠프 총괄을 맡긴 것이다. 공조와 연대없이는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유 의원 측은 "친박을 빼고 생각이 맞는 사람들은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시기도 ‘2월 말 3월 초’로 특정되고 있는만큼 인용이 될 경우 대선은 ‘4월 말 5월 초’ 치러진다. 그만큼 대권 일정은 우리앞에 가까이 와 있다.

이제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공조(연대)는 본격화됐다. 이달 중순이면 경선캠프가 구성되고 예비후보 등록도 진행된다. 이어 3월 초 출마선언으로 이어진다. 이미 대권 시계는 한참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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