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이 작동하는 ‘무전력 메모리 소자’ 기술이 현실로 실현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은 31일 우성훈 스핀융합연구단 박사와 제프리 비치(Geoffrey Beach)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소자의 스핀성질을 활용해 전력소모 없이 메모리 소자를 구동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외 연구팀들은 메모리 소자가 소비하는 전력을 극대화로 낮추는 ‘초저전력’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KIST와 MIT 공동연구팀은 초저전력을 뛰어넘는 ‘무전력’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그동안 이론으로만 제시된 ‘스핀파’를 이용한 자구벽의 이동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서로 다른 자성을 띈 자기 구역을 구별하는 자구벽 구조는 높은 이동도와 안정성, 값싼 공정비용 등 장점으로 차세대 메모리 소자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자구벽 구조를 이동하기 위해 소모되는 임계 전류 값이 기존의 전자소자와 비교할 때 큰 이점을 가지지 못하는 ‘전력소모’라는 한계의 벽에 부딪혀왔다.
연구팀은 전기적 방법을 이용해 자구벽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2개의 자구벽이 부딪혀 생기는 스핀의 독특한 파동인 ‘스핀파’를 사용해 전력이 없이도 이동이 가능한 것을 입증했다. 특히 외부전류가 없어도 자구벽의 유무 상태를 바꿀 수 있어 무전력 소자의 가능성을 규명했고, 스핀파의 효율적인 생성을 위해 자구벽 충돌을 이용해 전력이 없이도 강한 크기의 스핀파가 생기는 것도 밝혀냈다.
우성훈 박사는 “스마트기기 1개가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초저전력 문제는 큰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스핀 소자를 활용한 새로운 접근법은 차세대 메모리 관련 산업 전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