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만 ETRI 지능로봇시스템연구실 연구원
[젊은과학포럼]

현재 우리나라는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 말고도 다양한 이유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인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로 이어지는 청년실업의 위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기업마저 혁신에 실패하며 국가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이나 전문직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 2013년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의 경쟁률은 75대 1로 역대 최고에 달했고, 7급 공무원 공채 시험은 이미 100대 1을 넘길 정도다.

우리나라의 잃어버린 성장 동력에 대한 돌파구로 창의적이고 유망한 스타트업을 배출할 수 있는 벤처산업 육성이 장려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특히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은 대기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대해 경고하며 “덩치가 크고 움직임이 느린 기업이 작고 빠른 상대에게 이길 수 없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열기는 전 세계적이다. 중국은 하루에 1만 개 이상의 기업이 생겨나고 있고, 구글은 세계 각국에 구글 캠퍼스를 설치해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벤처 기업 육성의 중요성은 우리의 일상 가까운 곳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IT 기업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있게 한 배경에는 90년대의 벤처 열풍이 있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에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 기반의 벤처 창업에 최적의 환경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 현장에서는 창업에 대한 격려나 응원의 메시지보다는 걱정이나 우려의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 제16조 2(교육 공무원 등의 겸임 또는 겸직에 관한 특례)에 따르면 연구원이 현직에 있으면서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벤처기업의 임직원으로 겸직을 허용토록 하고 있지만 이는 소속 기관장의 겸직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한 부분으로, 사실상 겸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휴직제도 역시 활성화돼 있지만, 실제로 복직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정부출연연구원의 풍부한 연구 인력과 정부의 창업 정책과의 연계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25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가장 많은 창업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은 ETRI로 71개의 창업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올해 1월 연구원 창업제도를 통해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정부 연구개발(R&D) 수행이 요구하는 실적을 채우기 위한 연구나 논문보다는 실제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을 좀 더 현장에 가까운 곳에서 몸소 느끼며 개발하고자 한다. 201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였다. 하지만 국회 예산처가 평가하는 우리나라 정부 R&D의 사업화 성공률은 약 20%로, 영국(70.7%), 미국(69.3%), 일본(54.1%)에 크게 못 미친다. 열심히 연구개발한 기술이 논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우리 삶에 쓰이는 그 날을 위해 필자는 당돌한 도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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