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국화빵을 파는 상인이 근처에 지인의 붕어빵 노점 개업을 도와주었다. 빵틀이며 원자재 구입 경로를 알려주고 빵 굽는 노하우도 전수하고 반죽이며 팥소가 떨어지면 빌려주기도 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둘의 매출상황 추이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경우 경쟁업체가 나타나서 소비자 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독과점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경쟁체제의 출현은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진정한 경쟁구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만만치 않다. 경쟁업체가 나타나서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강변할지 모르겠으나 그 실이익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국화빵 장수가 장사를 나오지 않으면 붕어빵을 사먹는 정도의 소극적인 수준이라면 경쟁 운운하기는 어렵겠다.

지난달 운행을 시작한 수서발 고속열차 SRT와 코레일 KTX의 관계가 이런 모양새와 흡사하다. 수서에서 일정구간 신설된 레일을 제외하고는 같은 선로와 역사를 사용하는 두 업체의 출현으로 진정한 경쟁 철도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수서에서 출발하니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인접 수도권지역 주민들은 편리할 테지만 소요시간과 요금이 줄어들었다는데 수서역이 서울역이나 용산역에 비하여 남쪽에 위치하므로 당연한 일인데 무슨 큰 혜택을 주는 듯 홍보한다. 그렇지 않아도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운행이 크게 줄어들어 시민부담이 가중되는 마당에 수서발 고속열차의 등장은 기형적인 역삼각형 열차편성을 극한으로 치닫게 한다. 요금부담이 큰 KTX, SRT의 대폭 증편은 시간 여유는 많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노령인구의 급증추세에도 걸맞지 않는다. 일본의 사철(私鐵), 유럽 여러 나라의 적대적 민간철도회사 등이 진정한 경쟁체제 모델케이스라면 자회사 신설을 놓고 철도경쟁을 외치는 목소리는 좀 허전하다. 이 대목에서 프랑스가 철도운영만큼은 국영철도회사(SNCF)를 고집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