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취재2부 부장
[데스크칼럼]

‘청주시 통합백서’를 제작할 당시의 일이다.

서울에서 A 씨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A 씨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정부가 추진한 지방행정체제개편의 총괄 책임자였다. 당시 주민여론조사를 통해 전국에서 4곳이 최종 후보지로 남았다. 후보지는 4곳이었지만 총괄책임자인 A 씨는 추진 기간 동안 한달 여를 청주에서 상주하며 청주·청원 통합을 직접 챙겼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도넛형태의 청주·청원이 지방행정체제개편의 상징성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앞서 A 씨는 먼저 당부를 했다. “청주시 통합백서 잘 만드셔야 합니다. 현 정권에서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뒤로 밀려있지만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진보·보수를 떠나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다시 추진될 겁니다. 그리고 청주시는 그 상징이 될 겁니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시대 그 경계가 만들어졌다. 오랜 기간이 흐르면서 교통·통신·물류가 발달했고 생활권도 바뀌었다. 일제강점기 시대 만들어진 경계는 그 의미를 퇴색해 가고 있다. 그래서 1995년 대대적인 지방행정체제개편이 이뤄졌고 35개의 통합시가 탄생했다. 당시 내무부 담당국장이 지금 이시종 충북지사다. 이후로도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은 계속됐다. 2010년 마산·창원·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됐고, 2012년 통합 주민투표에 의해 2014년 통합 청주시가 출범했다. 앞으로도 지방행정체제개편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촌인구 감소로 인해 일부 군 지역은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청주시의 사례에서 보듯 적절 규모의 자치단체는 시너지 효과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중복투자 방지를 통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현 지방행정체제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청주시의 일반 농어촌개발 신규사업 신청이 거부당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통합된 자치단체에 대한 ‘불이익배제의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청주시가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충청투데이 취재를 통해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는 7월 1일 이후 읍·면 지역에서 주거·상업·공업지역에 편입된 농지를 매매하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청주시민들이 불만을 느낄 부분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2010년 2월 6일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5개부처 장·차관이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통합 후 받게 될 인센티브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약속했다. 그 중에는 각종 정부 공모사업에서 가점을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정부의 각종 공모사업에서 청주시가 가점을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약속이 온전히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통합 청주시는 순항하고 있다. 창원시가 통합 후 분리운동 등 내홍을 겪은 것과 비교하면 다행스런 부분이다. 그렇다고 통합 청주시의 시민들이 모두 통합에 대해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불만을 느끼는 주민들은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대선 시계는 빨라지고 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 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분명 다시 시작될 것이다. 개편이 시작되면 찬성 측이든, 반대 측이든 먼저 청주시를 찾을 것이다.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시민들은 그들에게 뭐라고 말할까. 청주시에 대한 불이익 배제와 인센티브 제공은 청주시의 문제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청주시는 지방행정체제개편의 신호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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