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시선]

연초의 바쁜 시간을 쪼개어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연구원들과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의 목적은 올해 개최될 '제10회 청주공예비엔날레' 특별기획전에 대한 기술검증을 확인하고 조직위원회가 계획한 준비가 과연 국제적 수준을 능가하는 감각으로 추진될 것인지를 분석하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더 큰 스승에게 배우고 올바른 지침을 받고자 하였으며, 선행해서 만들어 놓은 그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자 했다. 물론 필자가 본 결과물은 감탄과 찬사와 환성을 토해내기에 충분했다.

지구상의 인류와 국가들에게 문화예술의 본고장처럼 인식되는 프랑스 남부도시 '마르세유'의 이야기다. 지역문화의 기획과 행정의 중심에 있는 필자에게 '우리의 선생님은 누구이며, 문화적 감성에 스승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에 답을 주었다. 물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지역일간지 대표가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지낸 지역의 교수와 나눈 대담 글을 옮겨본다. 스승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것과, 가까이에 스승을 두고도 멀리서 찾으려는 모순을 되짚어 보려고 함이다.

(질문) "지역에서 문화가 됐든 예술이 됐든 어떤 것을 끌어올리거나 구심점이 되려면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 인위적으로 가능한가요?"

(답)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적 교류지요. 조금 전 문화 르네상스를 말씀하셨는데 르네상스가 이탈리아 중에서도 중도시인 피렌체에서 꽃피게 된 것은 메디치라는 가문이 끊임없이 예술가들을 지원한 덕분이지요. 메디치라는 가문에 의해서 많은 예술가들이 창조성을 발휘한 걸 보면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키워지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과학의 창조성은 한 명의 천재에 의해 이뤄지지만 지역사회의 창조성은 인간의 네트워크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심인물을 복제하는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것은 사회적 분위기와 지원이 따라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에 답을 한 교수가 집필한 책이 있다. 바로 '향부론(鄕富論)'이다. 이 책의 서문은 이런 글로 시작된다.

“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 거리를 걸을수록 아름다운 상념이 떠오르고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그런 도시에서 살고 싶다. 나는 도시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나의 테마에 새로운 모티브를 충전할 수 있고 내가 생각한 것을 생활 속에서 조화시킬 수 있는, 극장과도 같은 도시에서 살고 싶다.” (중략)

'문화로 일구는 행복한 도시의 향부론'이라는 서문 제목처럼 상상만 해도 행복한, 소시민의 문화적 감동이다.

(질문) "그런데 지금 많은 국민들이 문화를 외치고, 정부의 국정지표를 문화융성에 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요?"

(답)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너무 각박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박절하게 해 놓고는 그것이 경우 바른 행위였다고 생각하고, 무례한 행동을 용감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한 현상은 지금 우리의 문화가 잉태시킨 결과입니다. 인간의 삶에는 일정한 양식(樣式)이 필요하고, 그러한 양식을 우리는 문화라고 부릅니다.”

필자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청주문화의 미래는 청주 안에 답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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