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염소가 된 인간'…작년 이그노벨상 수상 염소생활 체험기

▲ 지난해 이그노벨상 시상식에 염소다리를 하고 나타난 트워이츠.[AP=연합뉴스]
▲ 지난해 이그노벨상 시상식에 염소다리를 하고 나타난 트워이츠.[AP=연합뉴스]
"염소가 되면 걱정에서 해방될까"…알프스서 염소로 살아본 남자

신간 '염소가 된 인간'…작년 이그노벨상 수상 염소생활 체험기

토머스 트워이츠의 염소인간 프로젝트를 소개한 유튜브 영상[https://youtu.be/AC979itfnYI]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국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 'AIR'은 매년 노벨상을 풍자한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의미의 영어 표현 머리글자와 '노벨'을 합한 '이그노벨상'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호기심으로 성과를 낸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해 매년 화제가 된다.

지난해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수상자는 생물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트워이츠였다. 팔다리에 가짜 염소다리를 장착하고 알프스 초원에서 3일간 염소로 생활했던 그는 시상식에도 염소다리를 하고 나타났다.

신간 '염소가 된 인간'(책세상 펴냄)은 제목 그대로 트워이츠가 어떻게 염소가 됐는지를 담은 체험기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저자는 어느 날 몇 주 동안만이라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으면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인간 세상의 복잡다단함에서 벗어나 풀을 뜯어 먹고 땅 위에서 잠을 자고 주위에 있는 것들에 동화된 채 사는 것을 꿈꿨던 그는 동물이 되기로 한다.

영국 런던의 생명과학연구소인 웰컴 트러스트의 지원금을 받기로 하고 시작한 동물 되기 프로젝트의 첫 목표는 원래 코끼리였다.

그러나 코끼리의 삶이 어떤지 느끼려면 골격을 커다란 봉고차 정도로 키워야 하는 데다 무엇보다 코끼리의 핵심인 움직이는 코를 만들기가 어려워 포기했다.

그러던 중 트워이츠는 '너에겐 염소가 맞다'는 주술사의 말을 듣고 염소가 되기로 한다.

염소가 되는 것은 단순히 염소복장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염소처럼 생각하고 염소처럼 먹고 움직여야 한다.

저자는 우선 영국 최고의 염소 전문가와 염소 보호소를 찾아가 온갖 종류의 염소를 보고 야생 염소의 내면을 탐구한다.

염소의 내면을 알았으니 이제 염소의 외형을 갖춰야 한다. 팔을 다리로, 손을 발과 발굽으로 만들기 위해 수의대 구조동작연구실과 의수족클리닉을 찾아가고 실제 염소를 해부해 염소의 몸 구조를 공부한다.

염소처럼 먹는 것도 중요하다. 반추위를 가진 염소처럼 실제 풀을 먹고 반추하기 위해 실리콘으로 인공 반추위도 만들었다. 염소의 생각과 외형, 내장까지 갖춘 트와이츠는 이제 스위스의 알프스 고원 초지대에서 실제 염소들과 함께 알프스 넘기에 도전한다.

'염소인간 프로젝트'는 '쓸데없고 황당한' 일 같지만, 그 과정은 사뭇 진지하다. 염소가 되는 과정에서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뇌 신경, 언어, 인간의 진화까지 되새기는 저자의 태도는 절대 황당하지 않다.

황성원 옮김. 312쪽. 1만4천800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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