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동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투데이춘추]

요즘 TV나 신문을 보면 심심치 않게 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볼 수 있고, 가정과 학교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동학대가 보편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전국 아동학대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5200여 건이던 아동학대 신고가 2014년에는 1만 건을 넘어 아동학대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필자가 작년 겨울 오전 2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아동 학대 신고접수를 받았는데 40대 가장인 남편이 술에 만취되어 아내를 폭행하고, 3명의 아이들에게 두루마리 휴지와 가재도구 등을 집어 던져 학대한 현장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3명의 어린 남매들은 자신에게 폭행을 가했던 아빠였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아빠를 챙기는 마음으로 정수기에서 물 한잔을 주며 "나도 목마른데, 아빠도 목마르지? 아빠부터 먼저 마셔"라고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건네는 순간 나의 마음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뭉클하게 했다. 이처럼 아이들은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부모라도 아이들에게는 보호자이자 사랑하는 존재 자체이기 때문에 끝까지 따르고 있다. 아이가 사랑하는 하나뿐인 부모에게 학대로 인한 폭행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면 인격 형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아동학대의 예방과 근절이 필요하다.

현재 경찰은 아동학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작년 3월부터 학대전담경찰관(A.P.O)제도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학대전담경찰관은 아동학대 예방 및 수사, 피해자 지원업무, 미취학·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유관기관과의 합동점검과 소재확인, 위험아동 등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동학대 행위자로 부모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자녀에게는 교육적 차원에서 어떠한 처벌을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국가와 자치단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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