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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글밭]
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음성군에는 삼형제 저수지가 있다. 금석, 무극, 용계 저수지를 합쳐 이르는 말인데, 이 3개의 저수지는 서로 연결돼 있어 수면의 높이가 항상 똑같다. 이처럼 짝하고 있는 연못이 마르면 채워주고 넘치면 받아줘 서로 돕고 혜택을 나누는 것을 일컬어 ‘이택상주(麗澤相注)’라고 한다.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이택상주를 상부상조, 호혜발전의 뜻으로만 쓰지 않고 함께 배우는 학생들이 서로 절차탁마하는 공부법을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했다.

마침 충북도교육청은 신년 사자성어로 이 이택상주를 택해 협력과 지혜를 모으는 기풍을 세우고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움을 만들다), 요차불피(樂此不疲·좋아서 하는 일은 지치지 않는다)를 잇는 화두이다.

충북교육이 지향하는 비전이 '함께 행복한 교육'일진대, 서로 힘을 합하고 지혜를 모으는 이택상주의 정신은 당연히 목청높여 외쳐야 할 것이기도 하다.

한 때 우리 사회는 무한경쟁의 1등주의가 판치는 세상이었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모 회사의 광고 카피가 그러한 경쟁만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어서 시·도교육청 평가, 학교평가, 교원평가, 성과급제, 일제고사 등 평가를 통한 줄세우기 경쟁에 열을 올렸다. 아울러 경쟁이 조직의 긴장을 높이고 발전을 위한 유일한 동력인 양 여겼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생존하게 된 근본적인 근거가 경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인간은 서로 협력하지 않고서 다른 동물들을 이길 수 없으며 자연의 엄혹함을 견뎌낼 수 없었다. 인간이 만든 모든 위대한 것들은 협력의 산물이지 순수하게 개인 또는 한 집단의 힘으로만 이뤄진 것은 없다.

협력의 필요성은 일반적인 원론이 아니다. 21세기 사회를 살아갈 지구인에게 협력은 필수과제요 의무가 되었다. 미래 사회의 복잡성과 중요 문제의 상호관련성을 생각해보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다. 모든 문제들이 국가 내적으로나 국가 외적으로나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있으며, 이들의 해결을 위해서 집단적 지성과 협력적 노력이 경주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이미 1997년 OECD에서는 미래핵심역량으로써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선정했다. 미국에서도 미래학력으로써 의사소통능력과 아울러 협업능력을 들고 중요하게 제시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배워야 할 교육과정도 미래핵심역량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시기 교육은 학교의 몫으로만 치부돼 왔다. 그러다 보니 교육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지역과 상호작용하는 역동성을 상실했다. 고정된 지식의 전수에 그치고 생생한 체험을 만드는 교육이 되지 못했다.

최근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충북도의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이 큰 배움터가 되고 주민이 교사로 참여하며 각종 자원을 교육화하는 사업이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기본적으로 교육지원청과 기초지자체가 협력하는 체제를 만드는 일이다. 사업의 추진방법에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미래핵심역량을 기르는 협력의 교육을 지향하며 교육을 위한 지역적 협력체제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는 한마음일 것이다. 협력이 문제에 대한 답이요 미래에 대한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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