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물량 연간 5000억원 발주
과천청사때부터 거래해오던 수도권업체 일감 95% 가져가
접점 없는 지역업체 경쟁 밀려 “공정한 경쟁 위해 지자체 지원을”

인쇄.jpg
▲ ⓒ연합뉴스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세종청사 인쇄 물량을 수도권 업체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고 정부의 주요 기관들이 이전했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전·세종지역 인쇄업체들은 여전히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22일 충청통계청에 따르면 대전지역 인쇄·출판업 매출액은 2013년 2424억 3900만원에서 2014년(최신 기준) 2437억 5700만원으로 고작 0.5% 증가했다.

이는 정부세종청사 1단계 이전이 완료된 2012년 12월 이후 인쇄·출판 물량이 늘어나지 않는 등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전·세종·충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이하 대전 인쇄조합)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 인쇄 물량은 연간 5000억원이 발주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낙관 대전 인쇄조합 상무는 “과거 정부과천청사 때부터 거래해온 수도권 업체들이 전체 일감의 95%를 독식하고 있다”며 “청사 복도 곳곳에 수도권 업체 영업맨들이 상주하며 일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출입증이 있거나 사전 약속을 통해 출입이 가능한 정부세종청사 구조상 접점이 없는 지역 업체들은 수도권 업체와의 영업 경쟁 자체가 안 된다는 게 대전 인쇄조합 측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쇄업계 관계자는 “2012년 당시 세종지역 인쇄업체는 10곳이 안 됐다. 하지만 현재는 수도권 외지업체들이 대거 이전해 120개로 늘었다”며 “수도권 업체의 페이퍼컴퍼니까지 포함하면 300개 정도가 되는데 이를 통해 수도권 업체가 정부세종청사 인쇄업 일감을 독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과거 대전은 서울, 대구와 함께 인쇄업 3대 메카로 자리매김했었다”며 “정부세종청사 이전으로 옛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고 울분을 토했다.

영업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수도권 업체의 높은 벽에 가로 막혀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낙관 대전 인쇄조합 상무는 "정부세종청사 물량의 30%(1500억원)만 지역 업체들이 소화해도 대전시의 지방소득세가 대폭 늘어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수도권 업체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신인철 기자 pfe@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